[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등 야권이 차기 대통령 선거 구도를 놓고 고민에 빠져있다. 문재인 전 더민주 대표, 안철수 전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가 독주체제를 구축하고 있는 가운데, 양당에서는 '무난히 후보가 되면 무난히 진다'며 경쟁구도를 형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민주는 오는 8·27 전당대회를 앞두고 김상곤·이종걸·추미애(기호순) 후보간 후보전략을 둔 뜨거운 논쟁이 연일 벌어지고 있다. 특히 비주류 진영을 대표하는 이 후보는 연일 문 전 대표의 독주체제로는 대선에서 승리할 수 없다며 치열한 경쟁구도 구축을 강조하고 있다.
이 후보는 20일 더민주 서울시당대의원대회에서 "특정 후보를 이미 대선 후보로 생각하는 당대표가 나온다면 경선 결과는 뻔하고, 결과가 뻔하면 흥행은 실패하고 강한 후보는 탄생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대선 패배"라며 "강한 후보는 잠재적인 후보가 빠짐없이 공정하고, 역동적인 경선을 통해 만들어진다"고 밝혔다. 김 후보도 "당을 용광로로 만들어 당 중심으로 대선승리를 이끌겠다"고 말했다.
주류진영의 지원을 받는 추 후보 역시 "공정하게 경선을 이끌겠다"는 입장이지만, 당의 유력주자를 흔드는 방식으로는 경선승복·대선승리가 어렵다는 반론을 펴고 있다.
안 전 대표라는 대선후보를 보유하고 있는 국민의당에서도 호남계를 중심으로 유사한 지적들이 잇따르고 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8일 TV조선에 출연해 "안 전 대표 혼자 하면 무난하게 (대통령 선거) 후보는 되겠지만, 무난하게 선거에서 떨어진다"며 "안철수의 성공을 위해서도 (국민의당이) 안철수당이 아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움직임은 '총선 홍보비 리베이트' 의혹 이후 좀처럼 국민의당과 안 전 대표의 지지율이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갤럽이 지난 9~11일 실시한 여론조사(1004명, 응답률 21%,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1% 포인트)에 따르면 안 전 대표의 차기 정치지도자 선호도는 8%로 한자리수에 머물렀다. 반기문 유엔(UN) 사무총장(28%)에는 1/3에도 미치지 못하고, 문 전 대표(16%)의 절반에 그치는 수준이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를 감안한 듯 박 위원장은 최근 손학규 전 더민주 상임고문, 정운찬 전 국무총리 등 장외주자에 대한 러브콜도 강화하고 있다. 당·대권 분리시점을 기존 12개월에서 6개월로 단축해 장외주자들에게도 대선 경선의 기회를 주겠다는 것이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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