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원규 기자] 금융위원회가 환매조건부채권(RP)의 기일물 활성화에 나선다. 대부분 RP거래가 당일 팔고 익일 되사는 익일물에만 집중돼 유동성 리스크가 큰 만큼 기일물 거래 규제 완화, RP 거래 수수료 체계 개편 및 익일물 비중이 큰 증권사를 상대로 유동성 스트레스테스트 강화 등을 추진한다.
정은보 금융위 부위원장은 지난 17일 금융위는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단기금융시장 활성화 방안'에 대한 공청회를 열고 "익일물 RP 비중이 70~80%에 달해 대형 증권사들이 매일 1000억~2000억달러의 차환 리스크에 노출돼 그간 조달하던 자금이 경색될 가능성이 높다"며 "기일물 RP 거래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단기금융시장은 금융회사의 유동성 창구로 만기 1년 이내 단기금융상품(RP, 콜, 양도성예금증서, 전자단기사채 등)이 거래된다. 시장 규모는 2011년 68조원에서 지난해 말 88조원으로 커졌다. 이 중 금융기관들이 단기자금 조달을 위해 일정기간 이후 다시 매입하는 조건으로 사고파는 채권인 RP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1년 23%에서 지난해 말 44%로 두 배 가까이로 증가했다.
현재 국내 전체 기관간 RP거래에서 익일물이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는 게 한국금융시장연구원의 분석이다. 주말 혹은 연휴 때 기일물을 발행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사실상 대부분이 익일물에 해당하는 셈이다. RP거래가 익일물에 집중되면 리스크도 함께 확대된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미국의 경우 금융위기 직전이었던 지난 2008년 3월 미국의 RP 거래잔액은 5조9400억달러에 달했지만 금융위기 이후 같은 해 12월말 반토막(2조9800억달러)이 났다. 금융기관의 유동성이 경색된 것이다.
기일물 RP 시장이 활성화되면 채권 투자자들이 일시적인 자금 수요가 발생할 때 채권을 매각하지 않고도 RP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금융위는 향후 익일물 RP 거래 리스크를 완화하고 기일물의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추진할 예정이다.
정은보 부원장은 "단기금융시장에 자금경색이 발생할 경우 우리 증권사들이 충분한 대응여력을 갖출 수 있도록 자금운용 과정에서의 리스크 요인을 점검하겠다"며 익일물 차입 비중이 높은 증권사에 대해 유동성 스트레스테스트를 강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기일물 규제 완화와 RP 거래 수수료 체계도 개편할 방침이다. 그는 "기일물 거래와 관련한 제약 요인을 해소하고 거래 확대를 위해 증권금융과 국고채전문딜러(PD), 공개시장운영기관(OMO) 등의 시장조성 기능을 강화할 것"이라며 "기일물 RP거래의 가장 큰 장애요소로 지목돼 온 담보채권 대체 절차를 간소화하기 위해 예탁결제원의 일반담보채권(GCF) 시스템을 개선하고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RP 거래 관련 수수료율 체계를 합리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거래정보 공시·보고 시스템과 관련한 규율체계도 손질한다. 정 부원장은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주요국은 단기금융시장 내 정보의 공시·보고를 위한 법적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며 "시장 내 리스크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거래정보가 공시·보고되는 통일된 규율 체계를 마련하고 금리 산정절차 투명성을 제고해 금리에 대한 시뢰성도 높여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원규 기자 wkk091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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