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글로벌 워치]초선 프레임 행보가 아니길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4초

[글로벌 워치]초선 프레임 행보가 아니길 김혜원 베이징 특파원
AD

지난주 중국 베이징이 꽤 시끄러웠다. 개인적으로는 파견 나온 지 100여일 만에 가장 기억에 남을 만한 일을 겪었다. 썩 유쾌한 경험은 아니었다.


지난 8일 베이징 서우두국제공항 3청사. 비행기가 착륙한지 정확히 1시간25분 만에 말 많고 탈 많았던 더불어민주당 초선 의원들이 입국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른바 '사드 방중' 논란의 중심에 섰던 6명의 의원 중 먼저 나타난 3명(김영호·김병욱·신동근)의 얼굴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사실 이날 공항에 '뻗치기'를 나간 것은 이들을 보고 싶은 생각보다는 중국 매체가 현장에 나왔을까 궁금해서였다. 단 한 군데도 오지 않았다. 소문 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지만 기다리고 있던 한국 언론을 보자 이들은 도망치다시피 현장을 떠나기 급급했다. 졸지에 중국 공항에서 한국의 국회의원들과 기자들이 뒤엉켜 '런닝맨'을 찍는 '웃픈(웃기고 슬픈)' 해프닝이 펼쳐졌다.


더민주 초선 의원단의 방중 자체를 놓고 왈가왈부할 건 아니다. 다만 베이징에서 내내 보여준 그들의 행태는 사실 기대 이하였다. 자신만만했던 초선 의원의 패기는 찾아볼 수 없었고 극도로 조심하는 모습이 안타까웠다. 이번 방중의 유일한 여성 의원이었던 손혜원 의원 말마따나 '졸지에 독수리 6남매가 된' 상황이 불편한 건 그들 스스로가 아니었나 싶다.

사전 준비가 부족했던지 일정은 줄줄이 취소되거나 지연되기 일쑤였다. 방중 이튿날 판구연구소 좌담회는 비공개였지만 안에서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 짐작이 가능할 만큼 중국 측의 일방적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반대 논리 맹공을 받은 것 같았다. 중국 측은 사드 전문가 집단이 모였는데, 한국어로 굳이 번역한 자료를 배포하는 수고도 마다지 않았다. 좌담회에서 사드 기술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자는 중국 측 제안에 "지혜롭게(?) 말을 돌렸다"는 한 의원의 언행은 그래서 더 낯 뜨거웠다.


귀국하자마자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국회 정론관에 선 6남매는 여기에서는 볼 수 없었던 묘한 자신감으로 똘똘 뭉쳐 있었다. 김영호 의원은 트위터에 자신들의 방중으로 인해 긍정적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며 자평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사드 방중 이후 여권의 공세와 당내 혼선이 심해진 상황과는 온도 차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더민주 지도부는 방중 보고서도 받지 않기로 하고 자제령을 내렸다. 밖으로는 중국의 사드 압박이 좀처럼 가라앉을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주말 새 중국 중앙(CC)TV는 성주 군민 900여명이 참여한 삭발식 소식을 이례적으로 보도했고 관영 매체를 앞세워 정권 흠집 내기를 이어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그들이 진심으로 나라를 위한 충정에서 벌인 일인지, 또 과정에서 조금이라도 떳떳하지 않은 생각을 하진 않았는지 가슴에 손 한 번 얹어 보길 바란다. '임기 내 뭐라도 터뜨려야 한다'는 초선 프레임에 갇혀 있는 건 아닌지도 함께 생각해 볼 문제다.




베이징 김혜원 특파원 kimhy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