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폭염(暴炎)으로 성난 민심을 다독이기 위해 당정이 7~9월 전기요금을 인하키로 했지만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정의당 등 야권에서는 '미봉책'이라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 야권은 이 참에 비정상적인 전기요금 누진제도를 근본적으로 개편해야 한다며 9월 정기국회에서의 치열한 정책전(戰)을 예고했다.
12일 야권은 이번 정부의 한시적 인하방침의 효과가 제한적일 뿐더러, 기후변화와 국민의 생활패턴 변화가 가속화 되고 있는 상황에서 근본적 전기요금 누진제도 개편이 필요하다고 일제히 비판했다.
변재일 더민주 정책위의장은 이날 YTN과의 라디오 인터뷰에서 "하절기 폭염·열대가 일상화된 상황에서 국민을 달래기 위해 해 놓은 조치 치고는 너무나 미약한 수준"이라며 "기후변화도 심해져 폭염과 열대야가 상시화 되는 상황인데다, 대한민국 국민의 생활패턴의 변화도 전혀 고려하지 못하고 있어 근본적 변화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도 이날 오전 열린 비대위회의에서 "애들 껌 값만도 못하다"며 "요지부동하던 산업통상자원부가 대통령 한 마디에 호들갑 떨 것이 아니라, 국민·서민이 느낄 수 있는 방안을 다시 내놓을 것을 촉구한다"고 지적했다.
야권은 세세한 각론에서는 차이를 보이고 있지만, 전기요금 누진단계·배율을 손 보고, 에너지 다소비기업에 대한 전기요금제도를 개편해야 한다는 총론에서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앞서 국민의당의 경우 정책위원회 차원에서 현행 6단계인 누진단계를 4단계(1·2단계, 3·4단계 통합)로 축소하고, 전력사용량을 줄이는 기업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을 제시했고, 더민주의 경우 당론은 아니지만 박주민(초선·은평갑) 의원이 누진단계를 3단계로, 누진배율을 11.7배에서 2배로 축소하는 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장인 장병완 국민의당 의원도 라디오에 출연, 이에 대해 "기본적으로 (누진단계) 단계간의 가격 차이가 얼마나 나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에, 단계도 중요하지만 기본적인 가격 차이를 최대 11.7배 까지 돼 있는 것을 대폭 완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 역시 "산업용 (전기)에 대해선 누진제 없이 굉장히 값싼 전기를 공급하고 있다"며 "대기업에게 지나친 이익을 주는 대신에 그것을 손봐서 전체 국민이 골고루 이익을 볼 수 있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더민주와 국민의당 등 야권은 9월 정기국회 등을 통해 사실상 공조체제를 구축, 전기요금 개편문제를 본격 거론하기 시작할 것으로 전망된다. 변 정책위의장은 "정부가 중·장기적인 전기요금 개편을 거론하는 등 의지가 없는 만큼, 정부에만 맡겨 둘 수 없다는 것이 정치권의 생각"이라며 "8월 중으로 개편안을 마련, 9월 정기국회의 상임위원회 차원에서 본격적으로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더민주는 홍익표 의원을 팀장으로 하는 전기요금 개편 관련 TF를 구성하고 이달 중으로 당 차원의 개편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특히 더민주는 TF활동을 통해 전력 원가(源價)를 검증해 볼 계획인 한편, 계절별로 차등적인 요금제를 적용하고 저소득층에 전기 바우처(Voucher·지불인증권)을 제공하는 방안도 검토키로 했다.
한편 김광림 새누리당 정책위의장도 이날 국회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ㄴ석해 "중장기적으로 그동안 거론된 전기요청 체계, 누진체계에 대해서는 재정비해야 한다"면서 "15명 내외의 당정 TF를 구성해 백지상태에서 논의키로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