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은 우리나라 철도 역사가 시작된 곳이다. 1899년 개통한 한국 최초의 철도인 경인선의 출발점이 인천이다. 수도권 전철화 계획으로 경인선의 구 역사(驛舍)들이 복복선화(複複線化) 또는 민자역사 건설과 함께 대부분 개축돼 사라졌지만 '인천역'만은 유일하게 보존돼있다. 인천역은 1937년 수인선이 출발한 곳이기도 하다. '꼬마열차'로 불린 협궤열차가 달리던 수인선은 일제가 경기도 쌀과 인천 소금을 수탈하기 위해 건설했다.1973년 남인천∼송도 구간이 폐쇄돼 송도~수원 구간만 운행되다가 화물운송 감소와 도로 교통의 발달로 이용객이 줄면서 1995년 전 구간 운행이 중단됐다. 그러다 2012년 송도~오이도 1단계 구간에 이어 지난 2월 송도~인천 2단계 구간이 복선전철로 바뀌어 개통하면서 수인선의 역사가 다시 시작됐다.
우리나라 최초의 민자철도인 인천국제공항철도와 세계에서 두 번째로 운행 중인 자기부상철도는 철도도시 인천의 자랑거리다. 여기에다 인천발 KTX, 인천~서울 간 GTX(광역급행철도), 서울도시철도 7호선 청라 연장 같은 굵직한 철도망구축 사업이 추진되는 등 인천의 철도역사는 계속되고 있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민선6기 후반기를 시작하면서 4개 핵심과제 중 하나로 '인천 중심의 교통주권 시대'를 제시했다. 앞서 열거한 사업들을 성공적으로 추진해 부족한 도시 철도망을 확충하고, 그동안 국가 또는 서울 중심 철도시설 공급에서 인천중심의 철도체계를 완성하겠다는 구상이다.
인천에서 부산, 광주를 2시간대로 갈 수 있는 인천발 KTX는 최근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했고, 인천 송도에서 서울까지 20분대에 도착할 수 있는 GTX사업도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제3차 국가 철도망 구축 계획에 포함됐다.
그러나 이 같은 굵직한 사업들이 탄력을 받는 와중에 지난달 30일 개통한 인천지하철 2호선 때문에 인천시가 곤욕을 치르고 있다. 개통 첫날 전동차 3대가 장애로 운행을 멈추고, 출입문이 열리지 않는 등의 사고를 시작으로 개통 1주일 만에 9건의 크고 작은 장애를 일으키며 불안한 출발을 보이고 있다. 인천시는 신분당선·부산김해경전철·의정부경전철 등 무인 운전 시스템을 적용한 다른 철도기관도 운영 초기 비슷한 장애들이 발생했다고 설명하지만 출입문도 제대로 열리지 않아 비상 스위치를 눌러 빠져나와야 한 승객들의 불안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 시민단체는 시험운행에서도 전동차간 추돌사고가 있었듯 '고장철'이 예견됐다고 비판하고 있다.
개통을 하고서도 다시 안전점검을 하는 기가 막힌 상황이 벌어졌지만 장애 원인을 찾아내고 대책을 세우기 위해선 어쩔 수가 없다. 운행을 잠시 멈추더라도 역사 시설물과 선로, 전기, 신호, 통신, 스크린도어 등 본선 시설물을 꼼꼼히 살피고 교체할 부품이 있으면 교체해 장애 발생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무인시스템 운행에 따른 초기 적응 시간이 필요하다고는 하지만 안전사고 앞에서는 그 어떠한 이유도 변명밖에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박혜숙 사회부 차장 hsp066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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