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사만 2개월째 계속…재계 5위, 경영 전반은 '마비'
[아시아경제 조호윤 기자]롯데그룹의 비리 의혹에 대한 검찰의 대대적인 수사가 두 달째 이렇다 할 성과없이 이어지고 있다. 수사 장기화가 우려되는 가운데 롯데그룹 각 계열사의 핵심 사업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인 상황이다.
10일 서울중앙지검 롯데수사팀에 따르면 검찰은 현재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탈세혐의를 집중 수사 중이다. 신 총괄회장이 사실혼 관계인 서미경씨와 그 사이에서의 딸 신유미 호텔롯데 고문 등에게 일본 롯데홀딩스 주식 지분 6.2%를 몰래 증여해 증여세를 포탈했다는 혐의다.
롯데그룹과 각 계열사의 비리 혐의와 조직적 횡령, 배임 등 여부를 집중 수사 하던 검찰이 이번엔 신 총괄회장 개인의 비리를 겨냥하고 나선 것이다. 이에 대한 증거 확보를 위해 지난해 롯데그룹 정책본부를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현재까지 검찰은 신 총괄회장을 비롯해 증여 대상인 서씨 모녀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하지는 않았다. 다만 신 총괄회장이 95세의 고령인 점, 현재 치매를 앓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점, 서씨 모녀가 일본에 체류하고 있어 소환조사에 협조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의미있는 진술을 확보하지 못하거나 장기화 될 가능성이 높다.
검찰은 이에 앞서 롯데면세점 입점을 빌미로 금품을 받은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의 비리를 적발한 바 있다. 롯데케미칼 측이 세금 부정환급 소송을 통해 270억원 상당의 이득을 챙긴 것을 확인한 것도 검찰의 성과다.
그러나 여전히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비롯한 오너일가에 대한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지속적으로 그룹 차원의 비리혐의에 대해 언급하는 반면, 이렇다 할 구체적인 증거와 정황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롯데그룹과 각 계열사의 사업은 제자리 걸음이다. 검찰의 압수수색과 임직원 대상의 조사가 수시로 이뤄지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역시 혐의점을 감추거나 입을 맞춘다는 의혹을 피하기 위해 하반기 사장단 회의를 현재까지도 개최하지 못했다. 다만 각 계열사 사장들을 통해 현안을 보고 받고, 경영 전략에 대해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롯데면세점의 연말 시내면세점 사업권 획득과 태국 시내면세점 오픈 등 당면과제가 산적해 있지만, 관계자들은 이에 대한 언급을 꺼리는 상황이다. 롯데홈쇼핑 역시 미래창조과학부로부터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데 대해 행정소송에 나선 상황이라 기존 사업에 대한 조직적인 홍보·마케팅은 거의 중단 상태다. 롯데물산은 롯데그룹의 전초기지로 여겨지는 잠실 롯데월드타워의 건물 외부에 설치된 대형 타워크레인을 지난 8일 해체하고, 오는 12월말 완공시킬 예정이지만 관련 마케팅이나 대규모 행사를 현재로선 계획할 수 없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조사가 장기화 수순으로 밟으면서 업무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각 계열사별로 사업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지만, 전례없는 비상상황인 만큼 업무 현장에서는 어느정도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그룹 경영 과정에서 불법적인 문제가 발생했다면 당연히 조사하고 기업과 관련자에 책임을 묻는게 당연하다"면서도 "그러나 이처럼 결과발표는 뒤로 미루고 장기 조사만 지속할 경우 일선 현장에서만 타격을 입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조호윤 기자 hodo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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