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정민 기자]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가 우리나라의 국가신용등급을 11개월 만에 다시 사상 최고 등급으로 상향 조정함에 따라 주식 시장에선 금융업·공기업 관련 종목이 반짝 수혜를 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S&P는 8일 한국의 장기 국가신용등급을 ‘AA-’에서 ‘AA’로 한 계단 상향한다고 밝혔다. 신용등급전망은 ‘안정적’(stable)으로 평가했다. AA는 S&P의 21개 등급 중 세 번째로 높은 것으로 한국이 AA 등급을 받은 것은 사상 최초다.
기획재정부는 “이번 국가 신용등급 상향 조정이 글로벌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우리 경제가 차별화되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국내 금융사·공기업 등의 신용등급 상승으로도 이어져 해외 차입 비용 감소 등 대외 안정성을 보다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전날 국내 3대 금융 지주사 주가도 꿈틀댔다. 하나금융지주, KB금융, 신한지주의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각 3.15%, 2.90%, 1.62% 올라 마감했다. 기관 투자자의 매수세가 거셌다.
증권가는 S&P가 신용등급을 상향한 데 대해 한국의 재정 및 금융 상황을 안정적으로 판단한 것으로 분석한다. 통상 국가신용등급이 올라가면 은행들이 해외 차입금리를 낮추는 데 유리하고 환율에도 호재(원화 강세)로 작용한다. 주식 투자자들에게도 펀더멘털(기초체력) 개선에 대한 인상을 심어주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박선호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국가의 신용등급이 상향 조정될 경우 수혜를 받는 업종은 금융주가 꼽힌다"며 "증시에 대한 안정성과 투자 매력도를 높여 외국인 귀환 가능성을 높이고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간 저평가 매력에도 반등하지 못한 은행주로선 이번 국가신용등급 상향을 상승 모멘텀으로 삼을 기회다. 8일 기준 하나금융지주, KB금융, 신한지주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각 0.38배, 0.50배, 0.73배 수준이다. PBR가 1보다 낮으면 주가가 실제 자산가치보다 낮다는 뜻이다.
국내 공기업들도 주목할만하다. 이번 신용등급 상승 조치로 대외 신인도 개선 및 이자비용 감축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곧 외국인 투자자를 국내 자본시장에 이끌 수 있는 요소가 된다.
국가신용등급이 상향되면 후행해서 공기업들의 신용등급도 올라간다. 지난해 12월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우리나라 국가신용등급을 올린데 이어 한국전력, 한국수력원자력과 한국동서발전, 한국중부발전, 한국남동발전, 한국남부발전, 한국서부발전 등 한전의 6개 발전 자회사 신용등급도 올렸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자금의 위험자산 선호 현상이 강해지고 있고 원화의 추가 강세 기대감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점에서 국내 국가신용등급 상향 조정은 국내 주식시장, 특히 외국인 투자 흐름에는 단기적으로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민 기자 ljm101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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