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베이징=김혜원 특파원] 중국이 한국인에 대한 상용비자 발급에 제동을 걸었다는 소식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중심으로 빠르게 퍼지고 있다. 한국과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한반도 배치 결정에 따른 중국의 보복성 조치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면서 우리 정부 당국도 사태 파악에 나선 분위기다.
3일 복수의 여행사와 중국비자발급센터, 외교부 등에 따르면 이날부터 주한 중국 대사관 영사부는 중국의 현지 기업이나 정부가 발급한 공식 초청장이 아닐 경우 상용비자 신청을 받지 않기로 했다.
하나투어 비자센터는 전날 중국 상용비자 초청장 대행 중단 사실을 공지했다. 하나투어 비자센터는 "2일 주한 영사부 지침에 따라 상용비자 초청장 대행 업무가 잠정 중단된다"면서 "중국에서 초청장을 받아오면 대행이 가능하며 없을 경우 대행이 불가하다"고 알렸다.
상용비자는 비자 유효 기간 안에 횟수에 상관없이 중국에 입국할 수 있는 비자로, 주로 사업차 중국과 한국을 자주 오가는 한국인의 업무용 수요가 많았다. 사드와 관련한 것인지 배경에 대한 해석이 분분하지만 상용비자 발급 제한 조치는 비용 측면은 물론 현지 네트워크는 취약하지만 중국 출장이 잦은 중소·중견기업인에는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조치는 한국인에 대한 상용비자 발급 자체를 전면 중단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다만 지금껏 한국의 여행사가 일종의 편법으로 마련했던 현지 기업의 초청장을 중국 정부가 암묵적으로 인정한 관습을 버리고 원칙대로 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기존에는 비자 업무를 대행하는 여행사에 신분을 증명할 회사 명함과 여권 원본, 사진 등을 제출하면 초청장 발급과 상용비자 신청까지 일괄 처리가 가능했었다.
한 여행사는 "M이나 F 비자를 받았던 기록이 있는 경우에는 현지 기업이 발급한 초청장을 첨부하면 1년 복수(30일) 상용비자 발급이 가능하고 기록이 없는 경우에는 피수권단위 초청장이나 현지 무역 협력사의 초청장을 받고 여기에 명시된 만큼의 상용비자를 발급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분위기는 한 달 전부터 감지됐다. 앞서 지난달 6일 하나투어는 '중국 외무부의 바코드 부여로 인한 상용비자 초청장 발급 지연' 사실을 안내했다. 기존에는 상용비자 신청 시 초청장 발급에 짧게는 당일, 길게는 3박4일이 소요됐으나 중국 정부의 심사가 까다로워지면서 짧게는 1박2일, 길게는 4박5일로 기간이 늘었다는 공지였다.
중국 비자 발급을 전문으로 하는 여행사 비자파크도 주한 대사관 영사부 정책 공지에 의거해 이날부터 더 이상 초청장을 발급할 수 없음을 양해하는 글을 게재했다. 비자파크 측은 "중국 내륙에 있는 무역 협력사의 초청장과 이전에 발급받은 중국 비자 또는 중국 입출경 기록으로 상무비자를 받급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SNS상에서는 상용비자 외에 관광비자 정책에도 일부 변화가 있다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네이버 한 카페에는 "관광비자는 기존 내용 그대로인데 비자 접수일 기준 2년 내에 중국을 방문한 기록이 3회 이상 있으면 1년 복수(30일) 관광비자를 발급한다는 내용이 새로 추가됐다"는 글이 실렸다.
외교부 관계자는 "중국 정부가 상용비자 발급을 중단했다는 것은 '사실 무근'이 맞다"며 "다만 여행사가 편법으로 했던 상용비자 신청은 받지 않는 게 맞는데 그 업무를 독점으로 했던 여행사가 영업을 중단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영업을 중단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당국의 제재를 받은 것 같다"며 "일각에서 제기하는 사드로 인한 반발 등은 전혀 상관이 없다"고 덧붙였다.
베이징 김혜원 특파원 kimhy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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