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손선희 기자] 기업대출의 경우 산은 등 특수은행이 상당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대기업 대출 중심으로 건전성이 악화되고 있다. 조선·해운 구조조정이 장기화될 경우 그 여파가 관련 중소기업에도 미치는 만큼 시중은행을 포함한 은행권 전반이 안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 1일 금융감독원이 공개한 '국내 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 현황'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국내 은행의 대기업 대출 연체율은 2.17%로 집계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대기업 대출 연체율이 2%대에 오른 것은 역대 처음이다. 중소기업 대출의 경우 연체율이 전월(0.95%)보다 0.24%포인트 하락한 0.71%로 나타났다.
전체 기업대출에서 대기업이 차지하는 비중 자체는 높지 않은 편이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발표한 '6월 금융시장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신탁을 포함한 은행권 대기업 대출은 163조8000억원으로 전체 기업대출 잔액(742조9000억원)의 약 22%를 차지했다. 그러나 대출 규모가 큰 대기업의 건전성이 악화될 경우 은행권 타격이 큰 데다 관련 협력업체에게까지 줄줄이 그 위기가 전이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제기된다.
실제 이번 대기업 연체율 상승에는 법정관리에 돌입한 STX조선해양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은 STX조선해양의 신규 연체에 주로 기인해 전체 연체율의 약 1.4%포인트 상승 효과가 있었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대기업 대출 건전성 악화는 평소 관리 시스템의 문제도 한 몫 한다. 해마다 적자를 기록하고 천문학적인 부채비율에 허덕이고 있는 대우조선해양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국책은행을 비롯한 은행권은 당초 '유동성 위기나 대출 연체가 없었다'는 이유만으로 해당 기업의 여신 등급을 '정상'으로 유지해 왔다.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데다 분식회계까지 적발되자 결국 KB국민은행을 시작으로 시중은행 대부분이 뒤늦게 여신등급을 '요주의'로 하향 조정하고 충당금 적립에 나섰다. 그러나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우리은행의 경우 여전히 '정상' 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충당금 적립 여파는 당장 은행 실적에 반영됐다. NH농협은행의 경우 조선·해운 부실대출로 인해 무려 1조3000억원대의 충당금을 쌓으면서 지난 상반기 2013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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