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 진경준 법무연수원 연구위원(49·사법연수원21기·검사장)이 68년 검찰 역사상 처음으로 현직 검사장 신분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와 함께 대검찰청은 진 검사장에 대한 '해임' 징계를 법무부에 청구했다.
'진경준 의혹' 수사를 담당한 '이금로 특임검사(51·연수원20기·검사장)팀'은 29일 진 검사장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제3자뇌물수수 등 혐의로 구속기소하고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김수남 검찰총장이 이달 6일 이금로 인천지검장을 특임검사로 지명한 지 23일 만이다.
이금로 특임검사는 "신속하고 철저히 진상을 규명해 사건 실체에 대해 한점의 의혹도 남기지 않겠다는 각오로 수사했다"면서 "죄질에 상응한 엄정한 처벌이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범죄수익 환수에도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진 검사장은 대학동창인 넥슨 창업주 김정주 NXC 회장(48)으로부터 2005~2006년 넥슨·넥슨 재팬주식 및 매입자금, 2008~2009년 법인 리스 차량 제네시스 무상사용 및 이전, 2005~2014년 11차례 여행경비 등 총 9억2000여만원의 뇌물을 챙긴 혐의(특가 뇌물)를 받고 있다. 또 처남 업체가 대한항공으로부터 일감을 따내는 등 사업기회를 얻게 한 혐의(제3자뇌물수수)도 받는다. 김 회장, 서모 전 대한항공 대표(67·수석 부사장)도 뇌물공여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진 검사장은 2005년 6월 넥슨 법인 자금 4억2500만원을 빌려 넥슨 주식 1만주를 사들였다. 진 검사장은 이듬해 이를 넥슨 측에 10억원에 되판 뒤 넥슨재팬 주식 8537주를 8억5370만원에 사들였고, 지난해 처분해 120억원대 시세차익을 거뒀다. 또 법무부 과장으로 근무하던 2008~2009년 넥슨홀딩스 명의 리스 차량을 무상사용(1950만원 상당)하다 이듬해 리스명의를 넘겨받는 명목으로 3000만원까지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관련 진 검사장은 김 회장의 법률자문에 응하거나, 넥슨 관련 사건 편의를 봐준 것으로 전해졌다.
진 검사장은 공짜로 받은 주식을 마치 장모로부터 돈을 빌려 매입한 것처럼 서류를 꾸며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공직자윤리위원회에 제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진 검사장은 주식대박 의혹이 터진 올해 4월 공직자윤리위가 재검증에 착수한 이후에도 주식대금을 넥슨으로부터 받은 사실을 숨겨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가 적용됐다. 코스닥 상장사 F사 주식 등에 투자하며 차명계좌를 이용한 혐의(금융실명법 위반)도 받는다.
검찰은 불법재산 국고 환수를 위해 기소 전 추징보전에 나섰고, 법원은 지난 25일 검찰이 파악한 진 검사장의 재산 대부분인 130억원 상당을 동결했다. 검찰은 다만 진 검사장이 어머니 명의로 벤츠 차량을 받았다는 의혹, 상장 후 처분으로 억대 차익을 거둔 F사 주식 관련 대가성 여부 등은 관련자 소환이나 증거 분석 결과 위법성을 찾기 어렵다고 결론냈다. 수사팀은 이달 12일 진 검사장의 주거지, 넥슨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하고 17일 진 검사장을 구속했다. 검찰은 40차례에 걸쳐 총 30여명을 소환조사했고, 압수수색 대상지만 25곳에 달했다.
특임검사는 검사의 범죄를 독립적으로 수사하는 제도로, 진 검사장 처분 이후 넥슨 및 김정주 회장의 비리 등에 대한 수사는 수사팀 구성에 포함됐던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 최성환)가 이어 맡을 계획이다. "진 검사장이 매입·처분한 넥슨 주식은 뇌물"이라며 진 검사장과 김 회장을 검찰에 고발한 투기자본감시센터는 지주 설립·이전 등을 둘러싼 넥슨의 비리 규모가 2조8000억원대라고 주장했다.
한편 대검 감찰본부는 감찰위원회 전체회의를 열어 해임 징계를 청구했다. 대검 관계자는 "감찰위원회 위원 전원의 일치된 해임 권고 의견에 따라 법무부에 같은 의견으로 징계를 청구했다"면서 "감찰위원회에서도 해임을 통해 신속하게 검사 신분을 해제할 것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정준영 기자 foxfur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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