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도 수요자 이탈 가속화…과열현상 지역, 분양시장 조정중
[아시아경제 주상돈 기자] 1년 전보다 미분양 주택이 크게 늘어난 지역에서 청약자 수와 경쟁률이 모두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고주택시장을 겨냥한 정부의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에 유동자금들이 분양시장으로 쏠리고 있으나 일부 미분양 증가세가 가파른 지역에서는 수요자 이탈현상이 가속되는 것으로 풀이된다.
29일 리얼투데이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전국에 공급된 26만584가구(일반공급)에 327만8378명의 청약자가 몰려 평균 12.5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 경쟁률(10.14대 1)보다 분양시장 열기가 더 뜨거운 셈이다.
하지만 지역별로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과잉공급 우려가 큰 대구와 광주의 경우 청약자 수와 경쟁률이 모두 낮아졌다. 지난해 상반기 전국에서 가장 높은 79.61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던 대구는 올 상반기 47.58대 1로 경쟁률이 40.2% 낮아졌다. 일반 공급량은 1년 새 3514가구에서 3024가구로 13.9%(490가구) 줄어든 반면 청약자 수는 27만9749명에서 14만3895명으로 48.6%(13만5854명) 급감했기 때문이다. 광주의 경쟁률 하락 폭은 더 컸다. 올 상반기 일반 공급량은 4092가구로 지난해보다 2322가구 늘었는데, 도리어 청약자 수는 3만9903명이 줄었다. 이에 경쟁률은 59.22대 1에서 15.87대 1로 73.2% 줄었다.
이 두 지역의 공통점은 미분양이 크게 늘어난 곳이라는 점이다. 대구는 지난해 27가구에 불과했던 미분양 주택이 6월 말 1230가구로 1년 새 4455.5%(1203가구) 폭증했다. 지난해 총 1만5642가구가 공급되며 연말 미분양 주택이 2396가구까지 늘었는데 올 상반기에도 7623가구가 분양시장에 나오며 수요심리가 약화된 것으로 보인다. 광주도 같은 기간 미분양 주택 수가 189가구에서 1095가구로 479.4%(906가구) 급증했다.
이준용 한국감정원 연구개발실 부연구위원은 이상 과열현상을 보이던 지역의 분양시장이 조정을 받고 있는 것으로 봤다. 그는 "정부가 대출규제에서 집단대출을 제외하면서 지난해보다 올해 분양시장 분위기가 꺾일 것이라는 전망과 달리 분위기가 더 뜨거워진 상황"이라며 "특히 대구나 광주처럼 집값 하락에도 비이성적으로 분양시장이 달아올랐는데 이제는 정상화되는 과정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구의 경우는 아파트 매매가도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103.8이었던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올 6월 101.8로 1.9% 하락했다. 지방 평균(-0.3%)보다 하락세가 큰 것은 물론 14개 지방 시도 중 하락 폭이 가장 크다. 또 분양권 거래량도 지난 4월 1122건을 정점으로 5월 968건, 6월 818건으로 줄어들고 있다.
6월 미분양 주택이 1037가구로 1년 전보다 980.2%(941가구) 늘어난 울산도 청약 경쟁률이 지난해 상반기 26.89대 1에서 올 상반기 3.69대 1로 떨어졌다. 1년 새 미분양이 179.1%(3607가구) 늘어난 경북은 청약 경쟁률이 5.44대 1에서 1.75대 1로 낮아졌다.
이 부연구위원은 "저금리와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에 따른 유동자금의 분양시장 쏠림현상은 당분간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미분양 증가와 집값하락 등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수십대 1의 높은 청약 경쟁률을 보이는 대구와 광주 등은 소폭 하향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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