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 전당대회' 이후 여당 운명 놓고 관심 집중
최경환·윤상현 의원 녹취록 충격파
잠룡 중심으로 활발한 권력구도 재편 예상,
내년 대선 직전까지 혼란 거듭,
중도 범친박계의 약진 예상
친박 분화에 가속…"전대 결과 상관 없이 필연적으로 쇠퇴"
'녹취록 파문'이 새누리당의 향후 권력구도 재편에 불을 댕길 것으로 보인다. 70명 가까운 친박(친박근혜계) 의원 중 강경파를 제외한 대다수가 각자도생에 나서면서 '8·9 전당대회'를 기점으로 여당에 신(新)춘추전국 시대를 불러올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친박 분화를 신호탄으로, 내년 대선 직전까지 당이 혼란을 거듭할 것이란 전망도 벌써부터 힘을 얻고 있다.
정치권에 따르면 지난 18일 공개된 최경환·윤상현 의원의 녹취록은 계파 갈등이 잔뜩 고조된 새누리당에 상당한 충격파를 불러왔다. 친박 핵심들이 과거 친이(친이명박)계였던 수도권 예비후보에게 해당 지역구 출마 포기를 종용한 내용이 알려진 탓이다. 이는 '4·13 총선' 공천 당시 공개됐던 윤 의원의 ‘막말 녹취록’에 견줄 만큼 친박의 전횡을 구체적으로 드러냈다는 평가다.
당 안팎에선 친박·비박(비박근혜)계를 가리지 않고 경악하고 있다. 비박계는 "범죄에 가까운 협박"이라며 당차원의 진상조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청와대를 향한 볼멘소리도 터져 나왔다. 범친박계 의원은 "청와대가 사실상 (강경파) 친박의 전횡을 용인했다"며 박근혜 대통령을 겨냥했다.
익명을 요구한 여당 중진의원은 "권력구도는 다음달 전당대회 결과에 따라 요동치겠지만 친박계 쇠퇴와 비박계 득세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누가 당권을 장악하더라도 속도의 차이가 날 뿐 친박계는 힘을 잃을 것이란 설명이다.
예컨대 비박이 당권을 장악하면 친박은 급속히 재기 불능 상태에 빠지게 된다. 물갈이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당의 전면에 김무성, 오세훈, 유승민 등 비박계 차기 대권주자들이 등장하면서, 친박은 구심점을 잃을 것으로 보인다.
범친박계 의원 60여명 중 40명 넘는 온건파 의원들은 '헤쳐모여'를 택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강경 친박계는 '아웃사이더'로 전락하고, 이때 탈당이나 분당에 나설 수도 있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차기 대권주자를 중심으로 춘추전국 시대에 버금가는 합종연횡이 벌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비박계 잠룡들도 이미 움직이기 시작했다. 비박계 좌장인 김무성 전 대표는 최근 대권 도전 선언에 가까운 출정식을 지지자들과 함께 치렀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전당대회에서) 일개 당협위원장 이상의 역할을 하겠다"며 친박계를 압박하고 나섰다. 유력 차기 대선주자로 꼽히는 유승민 의원도 "(대권 도전을) 깊이 고민하고 있다"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친박이 다음달 전대에서 가까스로 당권을 장악하더라도 쇠락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명맥만 유지한 채 세대 교체에 탄력이 붙을 것이란 설명이다. 반기문 유엔(UN) 사무총장 등 친박에 유리한 대권주자 영입이 성사되더라도 박 대통령의 레임덕과 맞물려 급격한 이합집산이 일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친박계의 다른 유력 대권주자로의 집단 갈아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이런 가운데 비박계와 범친박계가 의기투합해 권위가 떨어진 친박계 '식물 지도부'에 맞서는 시나리오도 가정해 볼 수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여당 내 최대 계파인 친박의 분화는 이미 가시화됐다. 앞서 동남권신공항 선정과 유승민 의원 등 탈당파 복당을 놓고 당이 반토막날 만큼 맞붙었던 친박들은 8·9전당대회를 앞두고 좀처럼 일치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결속력이 약화하면서 저마다 살 길을 찾아 헤매는 모습도 곳곳에서 포착된다. 전대를 앞둔 일부 친박계 후보들은 비박계와의 물밑 접촉에 나섰다. 친박계도 내부 분위기 단속에 나섰다. 전대 '제3후보론'과 함께 친박의 명맥 유지를 위해 범친박계 후보를 밀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계파청산의 모양새를 띠면서도 실속을 챙겨야 한다는 주장이다.
오상도 기자 sd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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