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소주점유율 20년전 반토막 5%
지역 점유율도 90%에서 50%대로 추락
[아시아경제 이주현 기자]2000년대 초 탄탄한 지역 점유율을 기반으로 전국 소주업계 점유율 3위를 달성했던 보해양조가 연이은 수도권 진출 실패에 이어 안방인 광주·전남 지역마저 흔들리며 위기를 맞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보해양조는 20년 전 약 10% 달했던 소주 점유율이 올해 상반기 현재 반토막 수준으로 떨어진 5%를 기록하고 있다. 3위까지 올라갔던 순위도 하이트진로(49%), 롯데주류(16%), 무학(15%), 금복주(8%)에 이어 5위까지 추락했다.
1990년대 약 90%에 육박했던 안방 광주·전남 지역의 점유율 역시 하이트진로의 '참이슬'의 적극적인 지역 공략에 현재 약 50% 수준까지 떨어졌다.
보해의 이같은 점유율 하락에는 무리한 수도권 진출 시도가 원인으로 지목된다. 보해는 1996년 주류 도매상들이 구입하는 소주의 50% 이상을 자기 지역 소주회사에서 구매하도록 하는 '자도주 의무구입제도'가 폐지된 직후부터 전국구 소주로 발돋움 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왔다.
실제 보해는 1996년 자도주 제도 폐지 직후 고가 소주 '김삿갓'으로 전국구 소주로 발돋움하기 위해 나섰지만 인기는 오래가지 않았다. 이후 2002년 단풍나무수액을 함유한 잎새주와 2011년 '월', '강'을 출시하며 계속해서 전국 시장의 문을 두드렸지만 현실의 높은 벽을 실감해야만 했다.
보해양조는 당시 과도한 마케팅 비용으로 재무상태가 나빠졌으며 자회사였던 보해저축은행의 부실을 떠안으면서 존폐위기에 서기도 했다.
이후 보해는 2년간에 걸친 유동성 확보를 위한 재무구조개선 결과 2013년 말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2014년 4월 17.5도 소주 '아홉시반'을 출시하며 또 다시 수도권 진출을 꾀했다.
당시 도수를 줄이는 대신 용량을 늘리고 모델 김제동을 앞세워 국내 최초의 주(酒)립대학인 '아홉시반 주립대학'을 설립하며 다양한 마케팅을 벌였지만 마케팅 비용만 치솟은 채 8개월만에 영업을 접고야 말았다.
아홉시반은 당시 보해양조의 모기업 임성우 창해에탄올 회장의 딸 임지선 전무(현 대표이사)가 경영전반에 나서며 오너 3세 경영을 본격화 하는 것과 동시에 야심차게 출시한 제품이었지만 최근 단종되는 수모를 겪었다. 보해가 수도권 시장에 집중하는 동안 광주·전남 점유율은 계속해서 하락해 온 것이다.
업계에서는 수도권 지역 인력을 따로 채용하지 않고 호남지역의 인력을 분산시키며 영업조직을 서울과 광주로 이원화 한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했다. 안방에서 위기감이 감돌자 보해는 영업조직을 광주로 통합하며 뒤늦은 수습에 나섰지만 점유율 회복 가능성은 미지수다.
한편 보해는 임직원 급여와 마케팅 비용 등을 포함한 판관비 증가로 인해 올해 1분기 적자전환했다. 보해양조는 올해 1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342억 원, 영업손실 1억원, 순손실 4억원을 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보해가 과도한 수도권 진출 시도로 전국 점유율은 물론 안방인 지역 점유율 마저 많이 떨어진 상황"이라며 "'부라더#소다' 등 탄산주로 반전을 꾀하고 있지만 떨어진 소주 점유율을 회복 시키는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주현 기자 jhjh1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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