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영주 기자]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이 공식적으로 새 부총재 공모에 나선 것은 우리나라의 사드(THAAD) 배치에 대한 경제 보복의 첫단계가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드 발표와 AIIB의 채용공고가 같은 날 잇따라 발표됐다는 점에서 이 같은 추측은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우리 정부는 지난 8일 오전 11시 사드 배치를 공식 발표했다. 중국 정부는 곧장 강력한 항의를 표시했고, 같은 날 오후 7시 AIIB는 홈페이지를 통해 재무담당 부총재(Vice President?Finance) 채용 공고를 게시했다. 휴직계를 낸 홍기택 부총재가 맡았던 투자위험책임자(CRO) 자리는 국장급으로 낮추고, 후임자를 공모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2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후임자를 새로 뽑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한국에서 맡을 수 있도록 다시 한 번 노력하겠다"고 했지만 그 노력은 수포로 돌아갔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는 "AIIB의 인사공고 및 절차는 당초의 AIIB 인선 계획과 일정에 따라 진행된 것으로 이번 사드 발표와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AIIB의 발표시점이 중국의 경제보복으로 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우리 정부 안팎에서는 '중국의 경제보복이 시작된 것 아니냐'는 견해가 많다.
AIIB는 새 부총재 공모를 결정하기까지 우리 정부의 입장을 크게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나라가 AIIB 내에서 중국, 인도, 러시아, 독일이어 지분이 다섯번째로 많다. 분담금 규모만 4조3000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AIIB 설립 당시에 비해 지금은 내부 입김이 크게 축소됐다. 홍 부총재의 업무역량 부족 등 개인적인 문제뿐 아니라 한중 관계에 냉기가 흐르면서 AIIB의 태도가 더욱 냉정해진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문제는 사드 입지 발표 등 사드 배치를 위한 일정이 진행될수록 중국의 경제보복이 본격화 될 것이라는 점이다. 중국이 취할 수 있는 보복조치로 중국 관광객 축소, 한국 주력수출품에 대한 수입 제한 등이 꼽힌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중국이 국제무역기구(WTO) 제소 등을 피해 눈에 보이지 않는 무역보복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면서 "한국을 방문하는 중국 관광객을 대거 줄이게 되면 우리 관광산업은 치명타를 입게 된다"고 지적했다.
한중 간 추진되고 있는 통상협력도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크다. 특히, 연내에 개시하기로 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서비스·투자 협상에 중국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게 되면 서비스 분야 수출 확대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다른 관계자는 "정경분리 원칙에 따라 사드 배치가 한중 경제협력에 영향을 줘서는 안되지만, 중국이 정치·외교적 갈등이 발생할 때마다 무역보복을 가했기 때문에 이번에도 안심할 수 없다"며 "우리 경제에 나쁜 영향이 최소화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세종=조영주 기자 yjc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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