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유인호 기자] 국내 주식시장이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투표 이전 수준을 회복하고 있지만 아직 브렉시트 투표 여진은 남아 있다.
영국 파운드화 가치 하락, 유럽 은행업종 주가 회복 부진 등 대외적인 요인은 우리 증시에 여전히 부담스럽다. 국내로 시선을 돌려도 경기 회복에 대한 확신과 2분기 기업 실적 확인이라는 넘어야 할 산이 있다.
4일 코스피는 오전 보합권인 1990선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브렉시트 투표 직전일(지난달 23일) 수준(1986.71)을 넘어선 것이다.
이는 외국인들이 지난달 24일 아시아 증시에서 5억400만달러어치를 팔아치웠지만 이후 순매수로 돌아서 30일까지 5거래일간 5억7900만달러어치를 샀기 때문이다.
김영일 대신증권 리서치센터 연구원은 "브렉시트 투표 초기에 불거졌던 위험들보다는 단기 실물경제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와 미국 금리 인상 후퇴로 주식시장 유동성 축소가 지연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더 커져 외국인들이 매수세로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7월 증시는 브렉시트 이후 부정적 영향에 대한 우려와 긍정적 기대감이 충돌하며 방향성을 모색할 것으로 전망된다.
1990년 이후 최저 수준인 1.3달러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영국 파운드화 가치 하락과 유럽 은행업종 주가가 브렉시트 투표 이후 21% 급락한 점은 부정적인 요인으로 남아 있다.
여기에 오는 6일 예정된 미국 ISM 비제조업지수와 6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 발표와 8일 비농업 부문 신규고용자 수와 실업률 공개는 '상승 장세 혹은 하락 장세'의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증시가 브렉시트 투표의 충격을 극복한 가운데 이번 주가 변곡점이 될 것"이라며 "FOMC 의사록과 고용지표 등 미국 통화 정책에 영향을 줄 이벤트 결과에 따라 시장의 방향성이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브렉시트 투표 이후 증시가 안전자산과 경기 방어주 중심으로 흘러가고 있는 점도 보수적인 투자를 해야 하는 이유다. 실제로 브렉시트 투표 이후 금 가격과 선진국채권가격은 각각 6.8%, 1.4% 상승하며 안전자산 선호가 지속적으로 강화되고 있다.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 확대로 경기 민감주보다 경기 방어주 선호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주 기준 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FTSE) 경기방어지수(All World Defensive Index)는 브렉시트 투표 이전보다 1.5% 높은 가격에 마감한 반면 FTSE 경기순환지수(All World Cyclical Index)는 여전히 브렉시트 투표 이전에 비해 3.5%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만 봐도 그렇다.
이런 맥락에서 전문가들은 삼성전자 실적 가이던스 발표 등 2분기 어닝 시즌에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증권사에서는 삼성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이 애초 기대치를 웃돈 8조1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브렉시트 충격에 대비한 유동성 확대 기조로 유동성 장세가 펼쳐진 데 이은 실적 장세가 기대되는 시점"이라며 "삼성전자 등 대형주들의 실적이 관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인호 기자 sinryu00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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