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트럼프 이어 민주당도 FTA 재검토
환율조작여부 관찰대상국에 포함
개별소비세 인하 종료·9월 김영란법
철강·건설 등 취약업종 구조조정 타격
[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조슬기나 기자]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Brexit·브렉시트) 파고를 힘겹게 넘기고 있는 한반도 경제기상도에 잇단 태풍이 예고되고 있다.
나 홀로 상승했던 내수를 위축시킬 대형 변수가 기다리고 있을뿐더러, 선진국의 보호무역 강화에 따라 수출은 더 어려워지면서 동반 침체를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가 '20조원+α 재정보강' 등 경기 활성화 대책을 내놨지만 그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어 수출과 내수의 침체 전선은 쉽게 걷히지 않을 전망이다.
4일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최근 미국과 영국을 중심으로 일고 있는 경제 고립주의(孤立主義)가 우리나라 무역 전반에 미칠 영향도 우려되고 있다. 수출이 18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 중인 현 상황에서 관세장벽이 부활하고 통상 마찰이 늘어날 경우 어려움이 커질 수밖에 없다.
당장 브렉시트보다 미국의 보호무역 흐름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미국 민주당이 채택한 정강정책 초안은 당초 예상보다 보호무역 지지 색채가 더 뚜렷해지고 있어서다.
기존 자유무역협정(FTA)을 재검토해 개정해야 한다는 내용이 적시됐고, 불공정 무역 관행과 환율 조작에 대한 철저한 대응도 담겼다.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는 민주당보다 더 강경하게 한미 FTA 재협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 등을 주장하고 있어,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누가 대통령이 되든지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는 한층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보호무역의 흐름이 강화되면서 우리나라 통상무역정책에도 대전환이 불가피하다. 박근혜정부는 그간 TPP,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한·중·일 FTA 등 메가 FTA를 적극적으로 추진해 왔다.
하지만 미국 등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될 경우 메가 FTA가 아닌, 새로운 흐름에 동참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TPP 가입을 본격화하는 시기도 미국 대선 이후로 늦춰질 전망이다.
최근 늘고 있는 통상 마찰에 대한 대응도 서둘러야 한다. 미 재무부는 앞서 중국과 함께 한국, 일본, 독일, 대만 등 5개국을 환율 조작 여부 관찰대상국으로 분류한 바 있다.
미국이 환율 조작에 대해 강경하게 나서게 되면 교역 비중이 큰 우리나라와 마찰이 불가피하다. 반덤핑 관세 역시 우려되는 부분이다. 기존 FTA 네트워크를 통한 관세장벽이 부활할 경우 글로벌시장에서 가격경쟁력 하락 등 수출에 미칠 여파도 우려된다.
하반기 실행을 앞둔 정책 리스크는 내수마저 위축시킬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지난달 소매판매액은 32조9429억원으로 올 들어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그러나 상반기 소비를 촉진했던 개별소비세 인하가 종료됐으며, 오는 9월에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도 큰 변수가 될 전망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김영란법으로 야기될 경제적 손실 규모는 연간 11조56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지난해 전체 소매판매액 369조원의 3%에 육박한다. 음식업은 8조4900억원으로 가장 큰 매출 손실을 볼 것으로 예상됐고 선물 관련 산업 1조9700억원, 골프장 1조1000억원 침체가 우려된다.
정부 관계자들은 “장기적으로 투명경제의 이득이 있지만 당장 소비심리 위축은 불가피하다”는 데 입을 모으고 있다.
조선·해운 이후 철강, 건설, 석유화학 등 취약업종으로 옮겨 가는 구조조정 작업도 내수 위축의 변수로 꼽힌다. 지역은 물론 실물 경기와도 밀접하게 연관되는 만큼 조선·해운 구조조정보다 큰 여파를 불러올 전망이다. 정부는 다음 달부터 나오게 될 취약업종에 대한 분석보고서를 토대로 체질개선 작업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정부가 하반기 20조원 규모의 재정보강을 발표했지만 해외 투자은행(IB)들은 재정보강이 충분한 역할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마저 내놓고 있다. 국제투자은행에 따르면 JP모건과 BNP파리바는 한국 정부의 재정보강 규모가 중간 정도의 수준이며 이러한 경기부양에도 하방 압력은 가시지 않을 것으로 예측했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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