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는 임기(2년)를 마친 김창준ㆍ이충현ㆍ김정출 캠코 비상임이사 후임으로 캠코가 추천한 송창달 그린비전코리아 회장, 여해동 전 산은자산운용 사외이사, 김학자 변호사 등 3명을 임명했다고 4일 밝혔다. 이들은 지난 1일부터 임기를 시작했다.
캠코는 금융사 부실채권 인수, 구조조정, 신용회복 지원, 국유재산 관리 등 업무를 수행하는 준정부기관이다. 최근에는 한국은행의 대출로 마련하는 10조원 규모 구조조정 자본확충펀드 운영 업무도 맡았다.
1942년생인 송 신임 이사는 경희대 법대 재학 중 6ㆍ3 학생시위 주동자로 투옥된 이후 김대중 전 대통령 비서관 등을 역임하며 줄곧 민주화 운동의 주축으로 활동했다.
그러나 1996년 신한국당(새누리당의 전신) 국책자문위원으로 정치적 노선을 바꾼 후 2007년에 당시 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 박근혜 경선 후보 대외협력위원장을 맡았다. 경제나 금융 관련 이력은 찾아보기 어렵다. 회장직을 맡고 있는 그린비전코리아는 인간성 회복과 환경 보호를 표방하는 단체로 박 대통령 지지 활동도 펼쳐왔다.
2012년 대선 직전인 10월에 송 이사가 쓴 '박정희 왜 위대한 대통령인가'라는 저서의 소개글을 보면 "종심(從心)의 나이에 이르러 역사에 눈을 뜨게 됐음. 우리나라가 단군왕검 이래 5000년 역사 가운데서 보리고개를 없애고 1조달러 수출대국으로 만들어놓은 정치지도자가 누군가? 이 물음에 대한 자문자답을 하면서 박정희에 대한 인식을 바꿨다"고 돼 있다. "대전향을 하게 됐다"고도 표현했다.
그는 이 책에서 "박정희에 대한 애틋함은 두고두고 이어지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게 하고 있다. 석가, 예수, 공자, 마호메트처럼 수천년의 세월이 흐르면 흐를수록 그 생각이 두터워지는 것이 아닐까."라고 하며 박 전 대통령을 신격화하고 있다.
경북 구미에 있는 박 전 대통령 생가에 방문객이 끊이지 않는다고 언급하면서 "기독교인들이 예루살렘 성지를 밟아보고 싶어 하고 불자들이 석가 탄생지 카필라투스 땅을 밟아보고 싶어하는 것과 같은 심정일 것"이라고 적었다. "박정희는 공자와 같은 성인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성인의 경지에 있었다"는 대목도 있다.
근거 없는 전제를 들어 박 전 대통령을 추켜세우기도 했다. 그는 저서에서 "전두환 4600억원, 노태우 4300억원, 김대중 천문학적 부와 노무현 역시 비자금 때문에 투신자살했다는 설이 난무하다.…박정희는 무려 18년 장구한 세월 속에서 철저하게 돈을 외면"했다고 썼다.
앞서 2011년에 김수철 그린비전코리아 수석부회장과 함께 쓴 책 '박근혜 패러다임'에서는 "대를 이어서 이 민족에게 강인하고 아리따운, 부드러운 누이동생, 어머니 같은 지도자를 준비해 주었던가" "우리의 지도자 박근혜는 자신 앞에 놓인 대한민국을 짊어지고 묵묵히 자신이 해야 할 바를 신성한 책무로 껴안았다"는 등의 문구를 표지에 썼다.
여해동 신임 비상임이사 역시 한나라당 재경수석전문위원 출신이어서 산은자산운용에 있을 때부터 이른바 '정(政)피아' 낙하산 지적을 받아왔다.
캠코 관계자는 "비상임이사들과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임원추천위원회에서 결정한 사항이라서 발탁 이유는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캠코는 비상임이사를 추천할 때 주주총회까지 거쳐서 1배수로 올리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특별히 하자가 없는 한 임명해 왔다"고 말했다.
박철응 기자 he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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