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유치원연합회, 집단휴원일 하루 앞두고 결국 철회
국공립-사립 정부지원금 차이 부풀려 호도…여론 뭇매
[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전국 사립유치원 3500여곳이 당초 30일로 예고한 집단휴원을 하루 앞두고 29일 결국 휴원 철회를 결정했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 측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휴원 철회를 발표한 뒤 정부의 구체적인 지원책 마련을 촉구할 예정이다.
표면적으로는 전날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사립유치원에 대한 지원 확대에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라지만, 실질적으로는 정부가 이번 휴원을 '불법'으로 규정한데다 유치원 학부모 등 여론이 우호적이지 못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지원금 확대를 두고 아이들을 볼모로 한 집단행동이 반복되면서 영·유아를 둔 학부모들은 유치원의 집단행동에 대해 교육·보육기관으로서의 책임감은 물론 이번 시위의 순수성마저 의심하고 있다.
이번 집단휴원을 예고했던 한국유치원총연합회 현재 공립유치원 원아 1명에게 지급되는 정부 지원금이 99만원인 반면 사립 원아 1명에게 지원되는 돈은 22만원에 불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교육부는 연합회가 주장하는 국공립유치원 원아 1인당 지원금에는 단순 학비가 아닌 국공립교사 인건비, 시설 설치비 등 각종 예산이 전부 포함된 것이어서 비교 자체가 불가하다고 설명한다. 국공립유치원은 정부가 건물을 지어주고 인건비를 부담하는 게 당연한데 이를 학비에 포함시켜 수치를 부풀리고 사립유치원은 같은 항목의 예산을 의도적으로 빼 불공정한 수치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오히려 정부가 각종 특강비를 포함한 교육과정비로 국공립에 월평균 16만원, 사립에 23만원을 지원하고 있고, 여기에 사립유치원의 경우 학부모부담금으로 21만원(전국 평균) 이상 더 받고 있는 만큼 유치원 운영 면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는 입장이다.
언론 보도와 인터넷 육아카페 등을 통해 이같은 사실을 확인한 학부모들은 잇따라 불만을 터뜨렸다.
6살 딸을 둔 이모(서울 양평동) 씨는 "유치원들 주장은 정부지원이 부족해 학부모 원비 부담이 높다는 것인데, 그러면 학부모들이 집회를 벌여야지 왜 유치원들이 나서냐"며 "자기네들 주머니 채우기 위한 핑계로 밖에 안보인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학부모 박모(서울 공덕동) 씨도 "아이가 유치원에서 '휴원동의서'와 안내문을 가져왔는데 우리 아이 밉보일까 차마 반대할 수 없어 '동의'에 동그라미를 그려 제출했다"며 "하지만 유치원 정부지원이 22만원에서 30만원으로 인상되더라도 한달에 40만원씩 내고 있는 유치원비(개인부담분)가 줄어든다는 말은 어디에도 없더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설익은 '무상보육', '무상교육' 정책만 내놓고 마땅한 대안이나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정부에 대해서도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2살·5살 남매를 둔 진모(용인 상현동) 씨는 "애당초 무상보육, 무상교육을 앞세워 지원금을 퍼부은 탓에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이 너무 많아졌고, 이제는 국공립을 세우려 해도 사립들의 반대 때문에 추진을 못하고 있는 실정이 아니냐"며 "엄마들이 몰라서가 아니라 당장 급하니까, 어쩔 수 없어 민간어린이집, 사립유치원을 이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항변했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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