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베이징=김혜원 특파원] 중국이 '금리 자유화' 행보를 잠시 멈추고 금융기관에 대한 금리 규제를 다시 강화하고 있다. 경기가 불투명한 현재 시점에서는 금융 개혁보다 은행의 수익성과 건전성 확보가 시급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중국 정부가 위안화 국제화 일환으로 추진했던 금리 자유화 정책에 스스로 제동을 걸면서 금융 개혁 퇴보는 물론 시장의 신뢰를 무너뜨렸다는 지적도 나온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 신문은 24일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1년 만기 대출 금리(4.35%) 하한선은 기준 금리의 0.9배, 1.50%인 예금 금리 상한선은 1.3~1.4배로 정했다고 보도했다.
최근 베이징 시중 은행이 금리 재량권을 보유했음에도 중앙은행의 이 같은 방침을 적용했으며 다롄에도 일부 조짐이 나타나 조만간 전국적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고 신문은 전했다.
중국 인민은행은 은행의 1년 만기 여수신 금리를 기준 금리로 해 대출 금리는 하한을, 예금 금리는 상한을 설정해 시중의 유동성을 조절해 왔다. 하지만 지난 2013년 7월 대출 금리 하한선을 폐지한 데 이어 지난해 10월 예금 금리 상한선마저 없앴었다.
단기적으로는 경제 성장이 둔화한 가운데 지급준비율이나 기준 금리를 더 낮출 수 없는 상황에서의 대안이었으나 중장기적으로는 금리 자유화를 통한 위안화 국제화를 위한 조치였다. 기대 반, 우려 반 속에 추진한 금리 자유화는 처음 시행한지 불과 3년여 만에 철회된 셈이다.
중국 정부가 금리 규제를 부활한 것은 부실 채권 문제가 크게 작용한 결과라고 신문은 분석했다. 시진핑(習近平) 정부의 구조조정 개혁과 이른바 '좀비기업' 퇴출이 진행될수록 부채 문제는 더욱 커질 것이고 이를 처리할 수 있는 금융권의 경영 체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지난 3월 말 현재 중국 은행의 부실 채권 규모는 1조3921억위안(약 242조4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0% 이상 증가했다. 부실채권 비율은 1.75%, 잠재 부실채권 규모는 3조2000억위안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이번 조치로 예금 금리가 낮아지면 시중에 떠도는 자금의 일부가 그림자금융(섀도뱅킹)으로 흘러들어가 부동산시장에 또 다시 투기 광풍이 닥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신문은 위안화 국제화를 골자로 한 중국의 금융 개혁에 대한 국제 사회의 기대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베이징 김혜원 특파원 kimhy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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