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성기호 기자]새누리당 혁신비상대책위원회가 당내 내홍의 새로운 핵으로 떠오른 권성동 사무총장의 거취를 결정하지 못했다. 무소속 당선자가 복당이 된 상황에서 친박(친박근혜)은 권 사무총장의 해임을 관철시키지 못할 경우 명분과 실리를 모두 잃을 수 있다. 반면 비박(비박근혜) 입장에서는 복당 문제로 촉발된 권 사무총장의 해임안을 막아야 다음 전당대회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는 계산을 깔고 있는 상황이라 당내 계파다툼은 권 사무총장의 거취 문제를 놓고 한동안 공방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지상욱 새누리당 대변인은 20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사무총장 사퇴와 관련해) 공식적으로 회의석상에서 그 논의를 올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단 하나, 말씀드릴 수 있는 건 김희옥 비대위원장 뜻은 어제와 같다는 말씀만 드릴 수 있다"며 김 위원장이 권 사무총장의 해임을 계속 요구하고 있음을 밝혔다.
이에 대해 비박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권 사무총장은 비대위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법률상 임명ㆍ해임 규정이 없으면 해임할 때는 임명에 준해서 처리하라는 것이 확고한 범위"라며 "과거 MB(이명박)정권 때 정연주 KBS 사장을 해임할 때도 해임 규정이 없어서 임명 규정에 준해서 모든 절차를 밟았던 전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새누리당 당헌ㆍ당규상 사무총장 해임에 관한 규정은 없는 상태다.
권 사무총장은 김 비대위원장과 면담 때 어떤 이야기를 주고받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둘이 (비대위 임기가) 한 달 남짓 남았는데 사무총장을 바꿔서 좀 더 일을 해보고 싶어서 결정을 했다' 그런 말씀하셨고 저는 여러 인터뷰에서 말한 것과 같이 '명분이 있어야 그만두는 것'이라고 말했다"며 "(비대위서) 해임의결이 없는 한 제가 비대위원 겸 사무총장"이라는 입장을 다시 한 번 밝혔다. 그는 이어 사퇴에 대해서는 "비대위의 결정을 따르겠다"고 말했다.
김영우 비대위원도 비대위 회의 비공개 직전 주변의 만류에도 발언권을 얻어 "만약 (권 사무총장의) 경질 방침이 지난주 비대위에서 있었던 복당 문제와 연계된 것이라면 이건 비대위의 자기부정이자 자기모순"이라며 "비대위가 결정했다면 이것은 비대위 전체가 반성하든지 사과하든지 해야 하는 문제지 특정인의 경질로 이어져선 안 된다 생각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친박은 권 사무총장의 해임은 당연하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김태흠 제1사무부총장은 비대위 회의 직후 "어떻게 할 문제가 아니다"며 "이미 어제 결론이 난 거다. 위원장이 말씀하시면 끝났다"고 말했다. 조원진 의원도 정진석 원내대표의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 직전 기자들을 만나 '권 사무총장이 책임을 져야 하냐'는 입장에 대해 "당연하다"며 "위원장이 모멸감까지 느꼈으면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친박과 비박의 갈등이 무소속 당선자 복당에서 권 사무총장의 거취 문제로 옮겨가는 모양새라 당분간 당내 분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성기호 기자 kihoyey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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