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성기호 기자]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19일 김희옥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을 찾아 고개를 숙이고 사과하면서 무소속 당선자들의 복당결정으로 촉발되었던 당내 갈등이 봉합 수순에 들어갔다. 하지만 이번 봉합은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여론의 역풍을 두려워한 여권 내 계파간의 이해득실의 결과라는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다. 특히 이번에 복당한 유승민 의원이 전대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여러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무소속 당선자들의 복당이 결정된 16일 이전까지 이번 전대는 친박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비박(비박근혜)에 비해 친박(친박근혜)상대적으로 당권을 노리는 주자들도 많고 수적 우세에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비대위가 이번 전대에서 도입하기로한 '단일성 집단지도체제'가 난립한 친박의 후보들을 자연스럽게 정리해 줄 것으로 예측되어 왔었다.
하지만 지난 16일 비대위의 무소속 당선자들의 일괄복당이 결정되면서 전대 구도가 요동치고 있다. 특히 유승민 의원이 전대에서 어떤 역할을 하게 될 것인지를 두고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우선 생각해 보아야할 변수는 유 의원의 전대 직접 출마다. 당 관계자는 "유 의원이 대권에 관심을 두고 있지만 어지러운 당 상황을 외면하고 대권만을 고집한다면 이기적이라는 비판에 직면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 의원이 당권에 도전한다면 친이명박계·친김무성계·친유승민계 등 친박에 비해 단결력이 떨어지는 비박의 구심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차기 대선을 노리고 있는 김무성 전 대표측에서 유 의원을 적극적으로 지지해 '유승민 당권-김무성 대권'이라는 시나리오를 쓸 수도 있다. 이 경우 친박에서 가장 강력한 당권 주자인 최경환 의원과의 한판 승부가 불가피하다. 유 의원과 최 의원간의 맞대결이 성사 된다면 올림픽 기간 중간이라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할 것으로 보였던 이번 전당대회가 여론의 관심을 집중적으로 받아 승부를 예측하기 힘들어 질 것으로 보인다.
유 의원이 전당대회를 출마하지 않고 대권으로 직행하는 방안도 있다. 현재 새누리당의 당헌·당규상 대권과 당권의 분리규정은 엄연히 살아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비대위 당권과 대권의 분리규정을 그대로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힌바 있다. 유 의원이 차기 대권을 염두에 두고 전대 출마를 고사한다고 해도 친박에서 안심하기에는 아직 남아있는 변수가 많다. 유 의원과 김 전대표가 비박 후보의 지지를 공개적으로 선언한다면 영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대권과 당권을 떠나 유 의원이 정치 도의상 '침묵'을 지킬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유 의원은 지난 4.13 총선 승리 뒤에도 새누리당의 총선 패배가 더 걱정이라는 발언을 여러 번 던진바 있다. 본인이 의도 했던 아니던 당의 분란을 일으킨 당사자로서 침묵을 지킬 수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유 의원이 침묵을 지켜도 여론은 그를 차기 대권주자로 꼽을 가능성이 높다. 집권 후반기에 들어서 세가 약해지는 친박을 대신해 당외의 중도 인사까지 통합한 '범 보수'의 유력한 후보이기 때문이다. 유 의원의 행보는 20일로 예정되어 있는 의원총회에서 어떤 입장을 밝히느냐에 따라 가늠 해 볼 수 있을 전망이다.
성기호 기자 kihoyey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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