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 노태영 기자]북한이 4차 핵실험에 따른 대북제재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반면, 국제사회는 다시 북한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리수용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이 지난달 31일 대규모 대표단을 이끌고 중국을 '깜짝' 방문해 북중관계개선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리 부위원장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후견인' 역할을 했고 처형된 장성택의 측근으로 일해 오며 중국과의 연결고리를 가진 인물로 알려졌다. 리 부위원장은 1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면담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올해 초 북한이 4차 핵실험과 장거리로켓 발사를 감행한 것에 싸늘한 시선을 보냈고, 지난 3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대북제재 결의안 2270호를 채택하고 이 결의안을 이행하는 과정에 이전보다 훨씬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에 북한에서 중국에 화해제스처를 먼저 보내기 위해 방중한 것으로 풀이된다. 리 부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하는 날, 무수단 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중국이 북한을 지원하지 않는다면 북한은 계속 문제를 일으킬 것'이라는 신호를 미사일 발사에 담았다는 시각도 있다.
반면, 국제사회는 강화된 대북제재로 북한을 고립시키기 위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한ㆍ미ㆍ일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들이 1일 오전 일본 도쿄에서 회동, 한반도 정세를 점검하고 대북제재 강화 방안 등에 대해 논의하는 것도 이 일환이다. 3국 수석대표들은 이날 협의에서 리수용의 중국 방문을 포함한 최근 한반도 정세 전개 상황을 평가하고 현 수준보다 높은 대북 압박 정책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미국이다. 중국의 입장에서는 북한의 대화 제스처에 응해도 손해볼 것이 없다. 일각에서는 북핵 국면에서 언제나 제재 실효성의 열쇠를 쥐고 있는 중국의 입장에서 북한의 이런 정치적 움직임은 결국 미국과의 외교적 관계설정에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김정은 친서가 중국에 전달되고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방중까지 이어질 경우 그동안 북한의 비핵화를 이끌어낼 수단으로 강력한 제재를 내세웠던 미국의 입장에서는 전략을 수정할 수 밖에 없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연구전략실장은 "중국이 최근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추대에 대한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의 축전을 보내고 북ㆍ중 친선농구경기 등으로 해빙 분위기가 지속되고 있다"며 "오직 대북 제재에 의존해 북한을 바꿔보겠다는 우리 정부의 셈법이 과연 현실적인지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
노태영 기자 factpoet@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