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노태영 기자]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중국과의 관계 회복에 나서고 있다. 때마침 다음 주 개최될 미·중 전략대화를 앞두고 있는 미국 입장에서는 북한을 바라보는 셈법이 복잡해졌다.
지난 달 31일 리수용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은 전격적으로 중국을 방문했다. 겉으로는 7차 노동당 대회 결과를 알리는 차원으로 전해졌지만 실상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실효성을 무너뜨리려는 '외교적 노림수'가 있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북한의 입장에서는 이 시점에서 올해 초 4차 핵실험 이후 더욱 소원해진 북중 관계 회복에 외교적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문제는 미국이다. 중국의 입장에서는 북한이 먼저 '대화 제스처'를 보내는 것이 이 시점에서 손해될 것이 없다. 일각에서는 북핵 국면에서 언제나 제재 실효성의 열쇠를 쥐고 있는 중국의 입장에서 북한의 이런 정치적 움직임은 결국 미국과의 외교적 관계설정에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오는 6일부터 사흘간 베이징에서 열리는 제8차 미·중 전략·경제대화에 참석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는 남중국해 문제와 사이버 안보 문제 등이 논의될 것으로 알려졌지만 핵심은 북핵 문제가 될 것으로 알려졌다.
대니얼 러셀 미국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31일(현지시간)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이 핵 야망을 포기하도록 압력을 가하는 방안이 미·중 전략대화에서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러셀은 "우리는 중국과의 충실한 협력을 통해 이 같은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기회를 늘려왔다"며 "우리는 이번 전략대화를 활용해 미·중이 함께 성취할 수 있는 성과를 촉진하도록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미국의 고위 외교 당국자의 말은 북핵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서는 중국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다시 환기시켜 준다.
결국 미국의 셈법은 복잡해졌다. 이번 리수용 부위원장의 방중 결과에 따라 다음 주에 담판을 벌일 중국과의 회담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나아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만남이 성사되고 김정은 친서가 전달될 경우 그 동안 북한의 비핵화를 이끌어낼 수단으로 강력한 제재를 내세웠던 미국의 입장에서는 전략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러셀은 "우리가 원하는 결과"는 "북한을 무릎 꿇리려는 게 아니라 정상 상태로 돌아오게 하려는 것"이라고 언급한 것도 해석하기에 따라서 앞으로 미묘한 외교적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풀이된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연구전략실장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추대에 대한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의 축전에 이어 북중 친선농구경기 등으로 양국 간 해빙 분위기가 지속되고 있다"며 "그동안 침체돼 있던 북한 외교가 7차 당대회에서의 외교 라인 교체와 함께 과거에 볼 수 없었던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태영 기자 factpoe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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