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사업 지지부진 끝에 동대문 제기4구역 조합 설립
사업방식 놓고 주민 의견 분분..SH공사 "결정된거 없다" 한발 빼
[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서울 내 첫 번째 재정비리츠(REITs) 방식 재개발이 조합 설립으로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재정비리츠 재개발을 추진 중인 동대문구 제기4구역에서 최근 조합이 결성됐다. 이곳은 2000년대 중반 정비구역으로 지정돼 사업이 진행돼오다 2013년 대법원에서 조합이 무효판결을 받아 사실상 사업이 멈춰있던 지역이다.
주민 상당수가 이주하고 일부 철거까지 진행돼 주거환경이 열악함에도 마땅히 손 쓸 도리가 없었는데, 올해 초 서울시 산하 SH공사가 재정비리츠 시범사업구역으로 선정하면서 사업재개 여부에 관심이 몰렸다. 시범구역 선정 후 4개월 이상이 지난 가운데 당초 합의했던 재정비리츠 방식을 그대로 이어갈지를 두고 주민간 의견이 분분한 것으로 전해졌다. SH공사나 조합 측에서는 "(사업방식 등과 관련해) 아직 결정된 게 없다"며 한발 빼는 모습이다.
서울시와 동대문구 등에 따르면 구청은 제기4구역 재개발조합추진위원회의 조합설립 신청을 최근 인가했다. 지난 3월 말 주민총회 후 구청에서 동의서 등 관련서류 검토가 한달 이상 이어진 탓에 주민 사이에서도 다양한 추측이 돌았다. 동의서 징구과정에서 일부 주민이 민원을 넣는 등 잡음이 있었지만 구청 측은 조합설립에 문제가 없다고 봤다.
제기4구역 재개발이 관심을 끄는 건 그간의 정비사업과 달리 재정비리츠 방식을 처음 적용키로 했기 때문이다. 지난 1월 SH공사와 조합추진위, 과거 시공사로 선정됐던 현대건설은 재정비리츠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키로 업무협약을 맺었다. 기존 재개발의 경우 조합과 건설사가 공동사업자가 되며 조합원과 시가 매입하는 주택 이외 물량을 일반분양해 사업비를 조달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재정비리츠는 조합과 SH공사가 공동시행자가 되고 리츠를 설립해 일반분양분을 리츠가 사업 착공 전에 일괄적으로 매입해 일정 기간(8년 이상) 임대로 운영한 후 매각하는 방식이다. 견본주택 등 일반분양 시 필요한 비용을 줄이고 미분양 리스크를 줄여 정비사업 비용을 낮출 수 있다.
일정량의 공공임대주택을 확보한다는 장점도 있다. 특히 제기4구역처럼 이해관계가 얽히코설켜 사업추진이 더딘 곳에서는 공공재원을 투입해 동력을 불어넣고 투명한 운영을 가능케 한다는 점에서 시나 SH공사 안팎에서 기대가 컸다.
당초 이 같은 방식을 적용하기로 합의가 됐었지만 정작 조합이 설립된 지금에 와서는 SH공사나 조합 모두 확신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사업방식을 두고 여전히 주민간 의견이 맞서는데다 과거 결성된 조합의 채무승계 여부 등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있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향후 사업추진일정에 대해 SH공사 관계자는 "재정비리츠를 택할지 여부는 조합에 달려있다"며 "아직은 조합 측 의사를 기다리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조합의 이홍자 조합장 역시 "주민의견수렴 등 적법한 절차를 지켜야하기에 현재로서는 (SH공사와) 공동시행으로 갈지 혹은 단독으로 추진할지, 사업방식을 어떻게 할지를 두고 성급히 단언할 수 없다"고 말했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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