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전셋값 3년10개월 만에 내림세
4월까지 거래량 줄고 미분양은 늘어
과잉공급·조선업 몰락 등 영향 침체
[아시아경제 주상돈 기자] 지방 아파트 시장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매매가는 4개월째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전셋값도 지난주 수년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지방 아파트 가격이 '대세하락기'에 진입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23일 기준 지방 아파트 전세가격지수는 102.9로 전주와 같았다. 다만 전주에는 0.01% 떨어졌는데 주간 전셋값이 하락세를 기록한 것은 2012년 7월16일 이후 약 3년10개월 만이다. 매매가가 16주째 하락세를 면치 못하는 등 매매시장이 얼어붙은데 이어 전세시장도 찬바람을 맞고 있는 것이다.
지방의 경우 거래량은 크게 줄어들고, 미분양 주택은 늘고 있는 상황. 올 들어 4월까지의 지방 아파트 누적 거래량은 9만8231가구로 전년 동기(14만695가구) 대비 30.2% 줄었다. 특히 대구(-56.6%)와 경북(-53.4%), 광주(-50.1%)는 절반 이상으로 거래량이 급감했다.
지난 4월 말 기준 미분양 주택은 전국이 5만3816가구로 전월(5만3845가구)보다 0.1%(29가구) 줄었다. 수도권이 955가구(전월 대비 4.1%) 감소했지만 지방이 926가구(3.0%) 늘면서 감소폭을 줄였다. 지방은 올 2월 3만132가구에서 3월 3만545가구로 늘어나기 시작해 4월 3만1471가구로 증가하며 두 달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방 아파트 시장 침체 주요원인으로 과잉 공급과 조선업의 몰락 여파에 따른 경기침체를 꼽았다. 여기에 이달부터 비수도권에도 적용된 '여신심사 선진화 가이드라인', 즉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도 부동산 침체를 가속화하는데 일조한 것으로 봤다.
이준용 한국감정원 연구개발실 부연구위원은 "지방 주택 시장이 대세하락기에 진입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며 "공급은 많은데 더 이상 주택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이 적은 상황에서 이달엔 대출심사까지 까다로워지면서 금융까지 막혀버린 상황"이라고 말했다.
부동산114의 통계를 보면 지방 아파트 입주량은 2011년 9만2848가구에서 2012년 7만490가구까지 떨어졌다가 2013년 11만2617가구, 2014년 16만2766가구, 20115년 16만3090가구로 크게 늘었다. 올해도 16만2540가구(예정물량 포함)가 집들이를 할 예정이다.
문제는 지난해와 올해 꾸준히 분양 물량이 늘어나면서 2017년과 2018년에도 각각 20만2738가구, 16만8231가구 규모의 입주가 예정돼 있다는 것. 아파트 과잉 공급이 향후 2~3년간 더 이어질 수밖에 없는 셈이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예견된 침체'라고 봤다. 그는 "공급량 증가에 따른 예견된 현상인데 올해도 지방의 입주물량이 상당히 증가하고 있다"며 "제고주택 시장 분위기가 나쁜데도 청약 경쟁률이 높아 공급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이는 시장에 장기적으로 상당한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준용 부연구위원도 분양시장이 뇌관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부연구위원은 "부산·대구·광주 등은 최근 3개월 동안 분양권 거래가 늘었는데 임차를 위한 투자수요가 몰린 것으로 보인다"며 "매매·전세가격 상승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입주 시점에서 역전세나 미입주 사태가 벌어질 수 있고 이는 결국 지방 가계부실의 단초를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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