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둬서 관리" 정부 대책 인권침해 논란…"분출된 시민의 우려와 분노 모른다는 의미"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법무부와 경찰이 정신질환자 범죄대책을 연이어 발표하는 등 강남역 인근 '묻지마 살인사건' 충격파를 완화하기 위한 해법 찾기에 나섰다.
정부 당국이 국민 불안을 잠재우고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지만, '수용시설' 위주 대책에 대한 인권침해 우려도 만만치 않다.
이창재 법무부 차관은 23일 충남 공주 치료감호소를 방문해 정신질환자 범죄 예방대책을 논의했다. 법무부는 범죄를 저지른 정신질환자를 수용하는 치료감호소 확대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현재 치료감호소는 시설부족, 의료인력 부족 등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치료감호소에 수용된 인원은 1212명(2015년 기준)으로 정원(900명)을 35% 초과했다.
이 차관은 "과밀 수용 상태에서는 치료의 질을 담보하기 어렵다"며 "치료감호소 인적ㆍ물적 치료 환경을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법무부는 오는 12월부터 경미한 범죄를 저지른 정신질환자에 대해 '치료명령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선고유예,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정신질환 범죄자에게 치료명령과 보호관찰을 부과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무부 대책의 골격은 범죄 가능성이 있는 정신질환자를 가둬서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접근법은 경찰청도 마찬가지다.
강신명 경찰청장은 23일 기자간담회에서 타인에게 해를 끼칠 정신질환자를 발견할 경우 '행정입원' 조치를 취하는 내용의 대책을 내놓았다. 행정입원은 위험한 정신질환자를 경찰관이 발견하면 정신과 의사를 거쳐 지방자치단체에 보호를 요청하는 제도다.
강남역 인근에서 묻지마 살인사건이 발생한 이후 여론의 우려는 증폭되고 있다. 정부가 더 강력한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주문도 있지만, 여론에 편승해 설익은 대책을 내놓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시선도 만만치 않다.
정신질환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인식하는 것은 또 다른 차별이고, 인권침해 문제로 번질 수밖에 없다는 비판의 목소리다. 전문의가 오랜 시간 관찰과 진료를 해도 정확한 정신질환 진단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비전문가인 경찰이 정신질환자의 위험 가능성을 진단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정신적인 고통이 있다는 이유로 함부로 구금하려는 정부 대책은 엉뚱한 처방"이라며 "강남역 10번 출구에서 분출된 시민의 우려와 분노가 어떤 의미를 지녔는지 관심 없거나 모른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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