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영주 기자, 조슬기나 기자, 오종탁 기자] 행정부는 국회의 '상시 청문회법' 통과가 행정부 업무마비 사태까지 불러오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주요 정부부처가 세종시로 이전하면서 업무 비효율이 극도로 높아진 상황에서 1년 내내 청문회와 현안질의를 열면 본연의 업무인 정책 집행에는 소홀할 수 밖에 없게 되고, 여야의 정치공방으로 정책 관련 법안처리가 늦어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우선, 국회에 불려나가고 청문회 자료를 작성하는 등 부가적인 업무와 시간낭비가 크게 늘어날 것에 대한 우려가 많다.
한 부처의 국장급 공무원은 23일 "세종시로 내려온 뒤 국회 관련 업무나 서울 회의 참석을 위해 일주일에 이틀 정도만 세종에 머무르고 있다"며 "국회가 상시 청문회법을 도입하면 국회에 불려가는 시간이 훨씬 늘어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다른 부처 과장급 공무원은 "국회의 청문회가 수시로 열리면 정부에 각종 자료를 요구할 거고 공무원들이 밤낮 없이 국회에 설명하러 다녀야 할 것"이라며 "국회 때문에 본연의 업무를 제대로 못하는 일이 더 많이 생길 것 같다"고 토로했다.
다른 관계자는 "정부부처에 일을 하지 말라는 것과 같다"며 "수시로 대면보고하라고 부를 텐데 결국 국회 보고하고 대응하러 다니다가 길바닥에서 시간을 다 써버릴 것"이라고 전했다.
국회가 청문회 등을 두고 수시로 정쟁을 벌이느라 정작 민생·경제법안 처리에 더욱 소홀해질 것이라는 목소리도 많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국회가 정부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상시 청문회법은 여야 간의 정쟁을 증폭시키고 야당의 정부 발목 잡기를 부추길 여지가 많다"면서 "지금도 경제·민생 법안이 정쟁의 볼모가 되는 경우가 많은데 앞으로 이런 현상이 더 심해지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다른 공무원은 "공무원들이 정책에는 손을 놓고 국회의원실에 제출할 자료 만들기와 국회를 오가느라 낭비하는 시간이 많아질까 우려스럽다"며 "상시 청문회가 도입된다 하더라도 가능하면 2개월마다 열리는 임시국회 시기와 맞추고, 이 가운데 절반은 세종에서 개최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는 등 대책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조영주 기자 yjcho@asiae.co.kr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오종탁 기자 ta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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