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류보조금제도 때문에 세금숫자만 바뀌는 것" 정부안팎 회의론
마음 복잡해진 환경부.."당장 실현할 과제는 아냐"
[아시아경제 오종탁 기자] "경유가격을 인상한다고 경유차 이용자가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최근 화제가 된 경유가격 인상안에 대해 "사실상 실효성 없는 계획"이라는 정부 안팎의 회의론이 많다.
21일 관가에 따르면 현재 환경부는 미세먼지 종합대책의 일환으로 경유가격 인상안을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와 검토 중이다. 경유차 배출가스가 포함한 질소산화물이 휘발유차의 최대 10배를 기록하는 등 미세먼지 주요인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2015년 기준 자동차용 경유의 세전가격은 L당 529원으로 휘발유(516원)를 웃돈다. 하지만 교통세(15%)ㆍ주행세(27%)ㆍ부가가치세(10%) 등을 합한 세후가격은 휘발유가 L당 872원, 경유는 634원 상당으로 역전된다.
경유가격 관련세금 인상으로 경유차 사용을 억제하겠다는 정부 검토안이 알려지자 '서민 증세다' '물가 상승으로도 이어질 것'이라는 등 비판 여론이 들끓었다. 특히 생계 수단으로 트럭 등을 이용하는 서민들의 실생활에 직격탄을 날릴 것이란 우려가 많았다.
그러나 기재부에 따르면 유류보조금 제도가 있어 경유가격 인상이 화물차나 버스 운행을 줄이는 데는 큰 효과가 없다. 유류보조금은 운송업자의 유류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지방세로 기름값 인상분의 일부를 보조해 주는 제도다. 경유 1L당 약 345원을 지원하는데 총지원금 규모는 연간 1조5000억원에 달한다. 기재부 관계자는 "경유가격을 올려봐야 도로 보조금으로 나가니 경유차 보유나 운행에 대한 부담은 전혀 늘지 않는다"며 "결국 세금의 숫자만 바뀌는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환경부 등 일각에서 경유가격 인상 필요성을 제기해 관계부처간 검토를 하고 있긴 하지만 말 그대로 '검토' 수준"이라면서 "검토는 실현 가능성이 높든 낮든 어떤 주제로도 가능하다"며 경유가격 인상안에 대해 소극적인 태도를 나타냈다.
환경부로선 고민이 깊어졌다. 나름대로 힘겹게 꺼내든 '경유가격 인상' 카드가 여론은 물론 정부 내부에서조차 호응을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전체 경유차의 절반에 육박하는 화물차 유류보조금이라도 줄이자는 의견을 관계부처에 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액화석유가스(LPG)택시에서 경유택시로 전환할 때 주기로 했던 유류보조금 혜택도 폐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환경부 고위관계자는 "경유가격 인상안은 당장 실행하자는 것이 아닌 장기 과제"라며 "미세먼지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가 높은 만큼 기존 대책 외에 세금 인상과 같은 강력한 방안이 나와야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관계부처와 협의 중"이라고 전했다.
세종=오종탁 기자 ta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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