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성과연봉제 도입을 추진 중인 정부가 부처별로 산하 공공기관을 소집, 재차 드라이브 걸기에 나섰다. 노사합의 없이 이사회를 개최하는 등 정부 방침에 따라가기 위한 각 기관의 '무리수'도 심화되는 모습이다. 정부 목표대로 내달 말까지 공기업의 성과연봉제 도입이 마무리되더라도 파장이 남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0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19일을 기준으로 성과연봉제 도입 대상 120개 공공기관 가운데 노사합의 또는 이사회 의결을 거친 곳은 59곳이다. 지난 8일 53개 기관에서 10일여간 아시아문화원, 산업기술평가관리원, 방송통신전파진흥원 등 6곳이 새롭게 추가됐다.
하지만 이미 성과연봉제가 도입돼있던 기간 30여곳을 제외하면 도입속도는 정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더욱이 한국철도공사(코레일), 한국수력원자력,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인력규모가 큰 기관들에서 도입이 늦어지고 있다. 직원 수 기준으로 상위 10개사 가운데 성과연봉제를 도입한 기관은 한국전력, 한국농어촌공사 등 두 곳에 그쳤다.
정부도 재차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송언석 기재부 2차관 등은 이날 오후 각 부처 산하 공공기관장들과 만나 도입현황을 점검하고 독려한다. 공기업은 6월말, 준정부기관은 12월말까지 확대도입하겠다는 방침을 한번 더 강조할 방침이다.
특히 금융권의 경우 이날 주택금융공사를 시작으로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등 주요 기관들이 줄줄이 이사회를 개최하기로 해 다음 주가 성과연봉제 도입의 분수령으로 떠올랐다.
정부는 업무에 대한 공정한 평가 문화를 확산시키고 임금체계 개편까지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성과연봉제 도입이 시급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다만 시한을 정한 일방적 강행에 따른 후폭풍도 이어지는 모습이다.
김대업 산업은행 노조위원장은 전일 이동걸 산은 회장을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서울지방고용노동청 남부지청에 고발했다. 산은이 지난 17일 이사회를 열고 성과연봉제를 확대하는 내용의 취업규칙 개정을 노사 합의 없이 의결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는 이 같은 이사회 강행이 합법적이라는 사실상의 유권해석을 내린 상태다. 이기권 고용부 장관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는데도 노조가 협의를 거부하면 노조 동의 없이 변경이 가능하기 때문에 합리성이 인정될 수 있다"며 "노조가 임금체계 개편을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동의권 남용"이라고 말했다.
세종=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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