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세계 자동차 주요 메이커들이 대형 스캔들로 흔들리는 가운데, 전기차 선두주자인 테슬라는 자동차 시장 공략을 위한 광폭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미 CNBC방송은 테슬라가 보통주 발행을 통해 14억달러(약 1조6600억원) 규모의 증자를 진행하기로 했다고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저가형 전기차 '모델3' 생산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서다. 테슬라가 받은 모델3 사전예약 대수는 약 37만대이다. 현재 연 생산량이 10만대에도 미치지 못하는 테슬라로서는 맞추기 어려운 목표다. 전문가들도 테슬라가 소비자 수요를 제 때 맞추기가 어렵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증자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고 있다. 테슬라는 지난 1분기 시장 전망치(1만6000대)를 하회한 1만4820대의 자동차를 출하한 바 있다.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생산량을 기록했음에도 테슬라는 위축되지 않고 있다. 연내 8만~9만대의 자동차를 출하하는 한편, 오는 2018년까지 연간 생산량을 50만대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이번 증자의 목적이 모델3 생산뿐만 아니라, 앞으로의 성장을 뒷받침할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것임을 짐작케 하는 부분이다.
반면 기존 완성차 업체들은 스캔들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미쓰비시에 이어 스즈키도 연비를 부정 측정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18일 스즈키자동차의 스즈키 오사무(鈴木修) 회장은 국토교통성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법령에) 정해진 연비 측정 방식을 사용하지 않은 것에 깊이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조사 결과 스즈키는 일본 내에서 판매중인 16개 차종 210만대의 연비 테스트를 법령과 다른 방식으로 측정했다. 바람의 영향을 받으면 차량 속도가 느려진다며, 풍속 영향을 받지 않는 터널 안에서 테스트를 실시한 것이다. 경차를 주력으로 하는 스즈키는 경쟁사인 다이하쓰와 치열한 연비 경쟁을 벌여 왔다.
산케이(産經)신문은 "폭스바겐의 배기가스 조작 파문에 세계 소비자들의 시선이 쏠린 가운데, 일련의 연비 부정 사태로 일본 자동차 산업에 대한 신뢰가 저하될 수 있다"며 "비용을 철저하게 깎는 스즈키의 기업문화가 이번 사태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폭스바겐은 사상 최대 규모의 보상을 약속하며 사태를 일단락짓는가 했지만, 집단소송에 직면하며 다시 위기에 빠졌다. 특히 폭스바겐의 주요 주주이자 세계 최대규모의 자산을 보유한 노르웨이 국부펀드가 이 집단소송에 가세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문제가 커지고 있다.
소송 참가는 아니지만, 다른 방식의 압박을 가하는 주주들도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행동주의 투자자인 TCI는 "폭스바겐이 임원들에게 과도한 급여를 지급한 것이 배기가스 조작 파문을 야기했다"며 이달 초 연봉체계 변경을 요구했고, 폭스바겐 역시 이에 대해 '변경이 필요하다'고 인정했다. 폭스바겐은 12명의 전ㆍ현직 임원들에게 지난해 연봉으로 6320만유로(약 840억원)를 지급키로 하면서 투자자들의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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