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기간 지나면 잔액 소멸
취소·환불도 불가, 불공정 운영
[아시아경제 박소연 기자]국내 이동통신사들이 선불폰 약관을 소비자들에게 불리하게 적용, 낙전(落錢) 이익을 챙기고 있다.
18일 미래창조과학부 및 통신업계에 따르면 충전식 선불 요금제 가입자 수는 올 들어 310만명을 넘어섰다. 지난 3월 기준 선불폰 가입자 수는 SK텔레콤 32만6707명, KT 16만2669명, LG유플러스 6만3604명으로 집계됐다. 알뜰폰(MVNO)의 경우 SKT망 139만66명, KT망 100만470명, LG유플러스망 15만8214명 수준이다.
선불폰은 요금을 미리 충전해 사용하는 임시휴대전화로, 신용불량자와 외국인 등 사회적 약자들이 주로 사용한다.
업계 일각에선 통신사들이 사회적 약자의 처지를 악용, 선불폰 약관을 소비자들에게 현저히 불공정하게 운영하고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통신사들은 금액에 따라 선불폰 사용기간을 지정, 사용기간이 지나면 잔액이 소멸되도록 하고 있다. 예컨대 5000원 충전시 사용기간은 30일이고, 1만원 충전시에는 60일 이내에 모두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사용기간이 지나면 잔액이 이월되지 않는다. 반환은 당연히 안된다. 충전된 금액에 대한 취소 및 환불은 아예 불가능하다. 선ㆍ후불간 번호이동시에도 선불의 남은 잔액은 승계되지 않으며, 남은 잔액에 대한 반환도 안된다.
이런식으로 통신사에 떨어지는 낙전은 매월 수십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유승희(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서 지난 2014년 SK텔링크, 아이즈비전, 큰사람컴퓨터, 스마텔 등 SKT망을 사용하는 일부 알뜰폰 업체들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바탕으로 추정 집계한 결과, 2011년부터 2014년까지 연평균 선불폰 충전 금액의 18.9%가 소진되지 않고 잔액으로 남은 것으로 추산됐다.
310만 선불폰 가입자가 한 달에 최소 단위인 5000원을 충전한다고 가정해 단순 계산해봐도 약 30억원, 1년이면 360억원 정도의 낙전이 통신사의 수중에 떨어지는 셈이다.
낙전 금액은 추산만 가능할 뿐 낙전의 정확한 액수는 미래부 등 관계부처에서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통신사들이 선불폰 매출액, 충전 잔여금 등을 영업상 기밀을 이유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국회의 국정감사를 위한 자료 제출 요구에도 KT와 LG유플러스 등은 자료제출을 거부하고 있다.
KT 관계자는 "선불은 서비스 이용기관과 그 기간 동안 통화량을 사는 개념"이라면서 "유지비, 전파 사용료 등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이용기간을 무제한으로 제공할 수 없다"고 말했다.
최유리 공정거래위원회 소비자정책국 약관심사과 조사관은 "정당한 사유가 없이 환불을 못하게 하고 있다면 약관법 위반 가능성이 크다"면서 "유지비 등이 필요하다면 환불불가 등의 약관으로 사용자에게만 비용을 전가할 것이 아니라 일할계산 등의 방법을 통해 합리적으로 요금을 차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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