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4월 미국 소매판매 급증이 월가 분위기를 미묘하게 바꿔놓고 있다. 한동안 주춤하던 미국 경제가 다시 활력을 되찾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과 함께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라는 논란거리를 다시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지난 13일 뉴욕증시는 소매판매 지표 호조에도 불구하고 되레 큰폭으로 하락해 월가의 당혹스러움을 보여줬다.
이번주 후반 일본 센다이에서 진행되는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중앙은행장 회의도 주목거리다. 지난 2월 말 중국 상하이에서 진행된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장 회의 후 세계 외환시장의 흐름이 한번 크게 바뀌었던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다우와 S&P500 지수는 지난주 각각 1.16%, 0.51% 하락했다. 3주 연속 빠졌다. 나스닥 지수는 0.39% 하락해 4주 연속 약세 마감됐다. 중소형 지수인 러셀2000은 1.10% 밀렸다.
◆소비 활력 회복…2분기 GDP 서프라이즈?= 소비는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70%를 차지한다. 미국의 대표적인 소비 지표는 소매판매는 지난해 12월 이후 한 번도 전월 대비 증가를 기록하지 못 했다. 올해 들어 미국 경기에 대한 불안감이 계속된 근본적인 이유였다.
그랬던 소매판매가 지난 4월에는 전월 대비 1.3% 증가를 기록했다고 미국 상무부가 지난 13일 발표했다.
DS 이코노믹스의 다이앤 스웡크 최고경영자(CEO)는 4월 소매판매 호조 덕분에 2분기 GDP가 서프라이즈를 보일 수 있을 것이라며 연율 환산 2.5%를 예상했다. 1분기 GDP 증가율은 0.5%에 불과했다. 4월 소매판매 호조로 미국 경기에 대한 기대감이 크게 높아진 셈이다.
다만 지표가 큰폭으로 개선될 경우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이 주식시장에는 변수가 될 수 있다. 시장은 6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이미 물 건너간 것으로 보고 있지만 일부 미국 통화정책위원들은 경제지표가 좋을 경우 6월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 인상을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닐 카시카리 미네아폴리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16일) 존 윌리엄스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17일) 윌리엄 더들리 뉴욕 연은 총재(19일) 대니얼 태룰로 Fed 이사(20일) 등이 대중 앞에 나설 예정인 가운데 소매판매 지표 호조에 매파적 입장이 강해질지 주목된다. Fed는 18일 지난달 FOMC 의사록을 공개한다.
이번주 공개될 홈디포, TJX(이상 17일) 타깃(18일) 월마트, 갭(이상 19일) 등의 분기 실적을 통해 다시 한번 소비 경기를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물가 상승률도 높아질듯= 소비 지표가 크게 개선되면서 물가 지표에 대한 월가의 관심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때마침 미국 노동부는 17일에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을 공개한다. 블룸버그는 4월 CPI 전월 대비 상승률이 0.3%를 기록해 3월보다 0.2%포인트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에너지와 식료품 항목을 제외한 CPI 상승률도 0.1%포인트 높은 0.2%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CPI 외에도 5월 뉴욕 제조업 지수, 5월 전미주택건설업협회(NAHB) 주택시장 지수, 3월 해외자본 유출입 동향(이상 16일) 4월 주택착공·건축허가 건수, 4월 산업생산(이상 17일), 5월 필라델피아 제조업 지수(17일) 4월 기존주택매매(18일) 등이 공개된다.
20~21일 일본 센다이에서는 G7 재무장관·중앙은행장 회의가 진행된다. 통화정책과 환율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기 때문에 주목된다.
지난 2월 말 중국 상하이에서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장 회의가 진행된 바 있다. 당시 회의를 앞두고 달러 강세를 완화할 수 있는 제2의 플라자 합의가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는데 실제 회의에서 외환시장 변동과 관련해 공식적인 합의는 없었다. 하지만 G20 회의 후 달러 가치가 크게 떨어지면서 G20 회의에서 비공식적으로 달러 약세를 위한 일명 '상하이 합의'가 이뤄진 것 아니냐는 음모론이 제기되기도 했다.
◆日 미약한 경기 회복= 일본이 올해 1분기 GDP를 18일 공개한다. 일본 GDP는 최근 분기마다 증가와 감소를 반복하며 냉온탕을 반복하고 있다.
지난해 4분기 GDP는 연율 기준으로 전기 대비 1.1% 감소를 기록했다. 일본은행(BOJ·일본 중앙은행)이 지난 2월말 마이너스 기준금리를 도입하는 등 부양에 힘을 쏟으면서 1분기 GDP는 성장세를 회복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회복세가 미미해 경기에 대한 불안감을 씻어내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블룸버그는 1분기 GDP가 전기대비 0.1% 증가, 연율로 환산시 0.3% 증가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일본 내각부가 최근 고조되고 있는 엔고에 대해 어떤 입장을 발표할 지도 주목거리다.
18일 유로존 4월 CPI 확정치가 공개된다. 0.2% 감소로 발표됐던 예비치가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BOJ와 마찬가지로 디플레이션에 대한 고민을 안고 있는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달 21일 통화정책회의 의사록을 19일 공개한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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