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가족모임 등 회견서 촉구…유해심사 부실도 제기
-옥시제품 불매운동 확산…대리점 등 손실 떠안기 불가피
[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 이현주 기자, 기하영 수습기자] 가습기 살균제 세퓨(Cefu)의 원재료가 덴마크가 아닌 중국에서 수입된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이란 주장이 제기되면서 가습기살균피해자와가족모임(가피모)과 환경보건시민센터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에 대한 전방위적인 수사를 정부와 검찰에 촉구했다. 특히 정부가 진행한 세퓨 제품 원료 물질에 대한 유해성 심사가 서류 조작으로 부실했다는 문제점도 지적되고 있다.
12일 가피모와 환경단체 등은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인터뷰 영상을 공개했다. 이날 인터뷰에선 세퓨의 원재료가 중국에서 수입된 PHMG라는 주장이 나왔다. 이 같은 내용이 사실이라면 그동안 알려진 세퓨 제품의 원료가 덴마크의 염화에톡시에틸구아닌(PGH)이 아닌 중국의 PHMG로 기존 정부 조사가 제품에 표기된 내용을 그대로 인용한 것에 불과하다.
인터뷰를 공개한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유럽에서는 사람은 물론 소나 돼지 같은 가축에게도 직접 살포하는 살균 용도로 절대 사용하지 않는 화학 물질을 농업용 목적으로 들여와 사람에게 직접 노출되는 가습기 살균제에 제품을 사용했다"며 "이는 살인죄 적용의 근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인터뷰 영상에선 덴마크 케톡스사의 담 가드 전 대표는 "PGH 샘플을 보낸 이후 한국에서 정식으로 제품을 보내달라는 요구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주장이 케톡스의 책임 회피 성격임을 감안하더라도 만약 사실로 드러나면 그간 보건당국 조사가 허술했다는 지적을 면하기 어렵다. 환경부의 세퓨 제품 원료물질에 대한 유해성 심사가 서류조작으로 부실하게 진행됐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원료물질 수급 과정에서 일부 중국산 PHMG 등이 혼입됐을 수도 있지만, 세퓨 제품의 원료물질은 PGH로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유해성 심사에 문제가 있었다한들 정부의 형사책임을 논하기는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옥시 제품 불매 운동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모든 제품을 회수하게 되면 대리점 손실과 일부 소비자들이 불편을 겪을 수 있다는 딜레마가 제기되고 있다.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옥시 불매 운동은 불이 붙은 상황이다. 네이버 밴드 '가습기 살균제 항의 행동'에는 전국적으로 번지고 있는 옥시 불매 운동 관련 사진과 글이 올라오고 있다. 부산, 전주, 거제, 밀양, 창원 등 각 지역에서는 일부 시민들이 불매 운동 선언과 함께 대형마트를 방문해 시위하는 모습을 직접 게재했다. 부산시민운동단체연대와 부산소비자단체협의회 등은 이날 오후 중구 롯데백화점 광복점 앞에서 가습기 살균제 사태 관련 불매 캠페인을 벌인다.
그러나 일각에선 옥시 불매 운동으로 인한 보이지 않는 또 다른 피해도 발생할 것이란 문제가 제기된다. 특히 옥시 제품의 유해성을 전혀 알지 못한 채 물건을 납품해 온 대리점들은 고스란히 재고 손실을 떠안게 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또한 일부 소비자들은 여전히 피해의 심각성을 알지 못 하고 여름 장마철 특수 제품인 제습제로 옥시 제품 '물 먹는 하마'를 찾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물 먹는 하마 같은 경우는 제습제 쪽에서 거의 독보적이라 마트에 와서 제습제를 찾는 게 아니라 물 먹는 하마를 찍어서 찾는다"며 "고령의 주부들은 옥시 사태에 상대적으로 둔감한 경우도 있어서 왜 없냐고 항의 할 수도 있어 아예 안 팔수는 없지 않겠냐"고 우려했다.
이 같은 우려에 이날 남경필 경기도지사도 옥시 제품 불매 운동을 철회를 시사했다. 남 지사는 "공공기관에서 기업 제품에 대해 불매운동을 펼치는 것이 적당한 지 다시 회의를 갖고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정준영 기자 foxfury@asiae.co.kr
기하영 수습기자 hyki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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