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치추적기 끈 채 불법조업 낚싯배들 때문에 1개 군단급 출동 '대소동'...해경, 이번주부터 대대적 단속 나서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지난 2월21일 저녁. 경남 통영해양경비안전서는 낚싯배 3척의 위치 신호가 끊어져 수색에 나섰다가 깜짝 놀랐다. 선박 침몰시 발생하는 기름띄 등 부유물질들이 발견된 것이다. 순간 해경 관계자의 머릿속에는 지난해 9월 18명 사망ㆍ실종된 낚싯배 돌고래호 전복 사고의 악몽이 떠올랐다고 한다.
일상적으로 수색에 임했던 해경은 그 순간부터 '전쟁터'가 됐다. 인근에 배치돼 있던 소속 함정 15척을 총 동원하고도 모자라 해군에 부탁해 우리나라에 단 3대 밖에 없는 최신예 이지스 구축함인 서애류성룡함 등 5척의 군함을 더 투입했다. 여기에 관공선 1척과 항공기 3대까지 동원돼 대대적인 수색작전이 펼쳐졌다. 육지로 치면 1~2개 군단급 병력과 장비가 총동원된 것이다.
하지만 결과는 허망했다. 위치 신호가 끊겼던 낚싯배 3척은 사고를 당한 것이 아니었다. 3척 모두 다음날 제주도 인근 해역에서 어선위치추적기(V-PASS)를 끈 채 유유히 '불법 조업'을 하던 중 수색에 나선 함정ㆍ항공 등에 의해 발견됐다. 낚싯배 선장들의 돈 욕심에 엄청난 국가적 자원이 낭비된 것이다.
이처럼 낚싯배나 어선들이 V-PASS를 끄고 다니다 발생한 사고는 한 두 건이 아니다. 지난해 9월 돌고래호 사건도 V-PASS를 끈 채 원거리 항해를 하려다 일어난 사고였다. 지난 5일 전남 여수 앞바다에서 6만t급 대형 유조선과 어선이 충돌해 어선 선장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는데, 사고 어선에 설치돼 있던 V-PASS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던 것이 사고 원인 중 하나로 알려졌다.
해경의 지난 3년 간 단속 결과 V-PASS를 끈 채 영업구역을 벗어났다가 적발된 낚시어선의 숫자는 2013년부터 지난 4월 말 까지 171척(시간위반 포함)이나 된다.
낚싯배들은 조업 금지 구역 등 정해진 구역을 넘어 타 시ㆍ도 관할 해역을 넘나들 때 V-PASS를 끄는 경우가 많다. 또 일부 선장들은 자신만의 영업 비밀인 낚시 포인트 노출을 막기 위해 V-PASS를 끄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안전처 관계자는 "일부 낚시어선업자들의 원거리ㆍ과속 영업이 지속되면서 안전 사고 위험이 높아지는 것은 물론 구조ㆍ수색 작업에 따른 재정 투입도 막대하다"며 "지난주까지 계도기간을 거쳐 이번주부터 V-PASS 미작동 등의 안전 침해 행위에 대해 적극 단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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