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북한이 7차 노동당 대회에서 '핵보유국'을 선언함에 따라 향후 5차 핵실험을 강행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당대회 사업총화 보고에서 핵-경제 병진노선과 관련 "일시적 대응책이 아니라 항구적으로 틀어쥐고 나가야 할 전략노선"이라고 규정하고 "세계의 비핵화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미국 등과 같은 핵보유국 반열에 들어섰다고 강조했다. 핵 문제는 주변 상황에 따라 노선을 달리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북한을 규정하는 일종의 '국시(國是)'로 못박힌 셈이다.
현재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은 지하 갱도 또는 지상 수평 갱도 모두 핵실험이 가능한 준비 상태를 유지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도 "당 대회가 끝났지만 이번 주는 (핵실험 여부를)면밀하게 주시해야 할 것"이라며 "북한의 전략적인 도발 여부와 관련해서는 북한이 어떤 정책적인 판단을 할지는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움직임도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 정부는 앞으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등 국제사회와 철저한 공조 하에 북한에 대한 압박의 고삐를 더욱 바짝 죌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의 모든 핵 활동 동결,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 복귀, 2005년 9ㆍ19 공동성명 이행 등 '선(先)비핵화-후(後)대화' 기조를 유지하면서 북한에 실질적으로 타격을 줄 수 있는 여러 조치를 추가로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으로 올해 초 4차 핵실험과 미사일 도발에 맞서 유엔 제재와 별개로 이미 양자 제재에도 들어간 미국은 북한이 5차 핵실험 등 추가 도발을 강행하면 중국의 반대로 직전 안보리 결의안에서 빠진 대북제재 조치, 특히 대북 원유 공급 제한 또는 중단과 함께,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의 개인이나 기업, 은행을 제재하는 '세컨더리 보이콧'(secondary boycott) 조항 등도 광범위하게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세컨더리 보이콧은 사실상 원유공급을 비롯해 북한의 생명줄을 중국을 겨냥한 조치로, 이것이 실행될 경우 북한은 실질적으로 엄청난 타격을 입게 된다.
북한이 핵실험보다는 핵소형화를 완성시켰다는 전제하에 단거리미사일 등 도발을 이어나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10일 오전 평양에서 대규모 군중집회 연설에서 "소형화되고 정밀화된 각종 핵무기들과 전략잠수함수중탄도탄(SLBM), 새형의 대륙간탄도로켓(ICBM)을 비롯한 최첨단 수준의 무장 장비들의 연속적인개발과 대성공은 세계적인 군사강국, 핵강국의 위용을 과시한 특대 사변들"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이 실전 배치한 스커드(사거리 300~700㎞), 노동(1200~1300㎞), 무수단(3000~4000㎞), KN-08(1만3000㎞ 추정)은 핵탄두를 탑재할 능력을 갖추고 있다. 이들 미사일에 탑재할 수 있는 핵탄두를 소형화하고 이것이 정상적으로 폭발하는지 시험은 계속해서 필요한 상황이다.
이와 함께 무수단 미사일의 재발사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김일성 주석 생일을 기념하고 당 대회에서 보고할 치적으로 삼으려 했던 무수단미사일 발사가 세 차례나 실패하면서 체면을 구겼던 김 위원장으로서는 이를 만회하기 위해 재발사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상황이다. 더욱이 30~50여발이 실전 배치된 무수단 미사일의 성능 검증을 위해서도 추가 발사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군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군 관계자는 "북한은 5차 핵실험을 할 준비는 항상 되어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국제사회의 분위기를 봐가며 협상용으로 쓸 것 으로 보인다"면서 "핵무기의 전력화를 위해 다양한 무기들도 시험발사 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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