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주절벽에 해양플랜트 전문가 등 고임금 인력 계약연장 안 해
[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최악의 '수주 절벽'에 처한 조선 3사가 올 들어 외국인 엔지니어 30여명을 퇴사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대부분 해양플랜트 전문가들이다. 해양플랜트 경험 부족으로 부실이 생기자 기술력을 쌓겠다며 스카우트해온 고임금 인력들이다. 하지만 2014년 말 이후 해양플랜트 수주를 한 건도 올리지 못하면서 일감이 바닥나자 이들도 구조 조정을 피할 수 없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거제와 울산 조선소 현장과 조선사 연구개발 센터에서 일하는 해외 엔지니어들이 계약을 연장하지 못하고 한국을 떠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부분 유럽ㆍ인도ㆍ미국 등 글로벌 엔지니어링사에서 경험을 쌓은 고급 인력들로 일감이 떨어져 더 이상 한국에서 일할 수 없게 된 것"이라며 "저성과자 중심으로 계약을 해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가 집계한 지난해 말 기준 조선 3사 외국인 근로자는 440명이다. 2013년에는 332명, 2014년에는 418명이다. 조선사들은 적자를 냈던 지난 2년 동안에도 해외 엔지니어를 해양플랜트의 키맨(key man)이라 불리며 꾸준히 영입해왔다. 설계 역량을 갖추고 해외 발주처들과 인맥이 두터운 이들은 주로 부장이나 임원 직급을 맡았다. 외국 설계업체와 논의해 콘셉트를 잡고, 프로젝트 도중 발주처가 계약을 변경하는 '체인지 오더'를 관리해왔다. 하지만 해양플랜트 수주가 바닥이 나면서 이들도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조선사들은 해양플랜트 수주 물량 중 절반 가까이를 연내 인도할 계획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총 18기 중 9기, 현대중공업은 17기 중 9기를 내보낸다. 삼성중공업은 24기 중 5기를 출항한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 엔지니어들이 줄어들면서 남은 사람들의 업무 부담이 커졌다"며 "수주가 이뤄지지 않으면 추가적인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해외 선주사들이 국내 조선소에 파견한 외국 감독관들의 숫자도 줄어들고 있다. 지금까지는 원유 채굴을 위한 드릴십이나 반잠수식 시추선 1기당 25~36명의 해외 감독관들이 있었다. 그런데 최근 1기당 6~10명까지 줄었다. 조선사 뿐 아니라 선주사도 저유가로 인해 불황을 겪으면서 감독관 구조조정을 실시하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계약 연장을 못한 감독관들은 조선소를 통해 다른 선주사 일자리를 알아보기도 한다"며 "우리 조선업의 위기가 해외 전문가들의 일자리 근간까지 흔들고 있다"고 말했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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