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진수 기자] 중국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체제로 들어선 뒤 소셜미디어 공간을 엄격히 통제하고 정부 정책과 어긋나는 목소리를 내는 계정까지 폐쇄하는 등 언론ㆍ사상 통제에 나서고 있으나 현지의 미디어산업은 붐을 맞고 있다.
중국의 내로라하는 인터넷 기업, 이니티움미디어(端傳媒) 같은 신생업체 모두 뉴스, 영화, 온라인 TV 쇼에서 기록적인 투자금을 유치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소재 투자리서치업체 피치북데이터는 지난해 벤처캐피털업체들이 중국 내 미디어업체에 27억1000만달러(약 3조900억원)나 투자했다고 최근 밝혔다.
중국의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阿里巴巴)는 홍콩에서 발간되는 영자 신문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를 지난해 12월 인수했다. 알리바바는 비디오 스트리밍 웹사이트, TV 방송, 영화 제작사도 잇따라 사들인 바 있다. 알리바바의 장융(張勇) 최고경영자(CEO)는 자사를 '전자상거래 미디어 생태계'라고 표현할 정도다.
미 광고대행업체 J.월터톰슨의 아시아ㆍ태평양 지역 담당 톰 닥터로프 CEO는 최근 블룸버그통신과 가진 전화통화에서 "중국 중산층 사이에 공정한 미디어ㆍ콘텐츠 수요가 높아 투자자들이 중국으로 향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휴대전화 이용자는 현재 10억명을 웃돈다. 이들은 중국공산당의 엄격한 통제 아래 놓인 기존 TV와 뉴스 매체에서 접할 수 없는 콘텐츠를 원한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의 편집국장을 역임한 마커스 브로클리는 "중화권에 스마트폰이 널리 보급되면서 디지털미디어 시장의 성장잠재력은 커졌다"고 전했다.
말레이시아에서 미디어 전문 벤처캐피털업체 노스베이스미디어를 창업한 그는 "중화권의 젊은 스마트폰 이용자들에게 기존 매체란 정부 혹은 특정 정치세력과 밀착된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며 "중화권의 젊은이들은 신선하고 정직하며 매력적인 목소리를 갈구한다"고 덧붙였다.
SCMP는 시 주석이 지난달 하순 열린 '인터넷 안보 및 정보화' 업무 좌담회 도중 "온라인 공간에서 이뤄지는 국가 정책에 대한 선의의 비판을 더 포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시 주석의 이번 발언을 사상ㆍ언론 통제의 완화 신호로 보기는 어렵다.
시 주석은 지난달 19일 "인터넷 공간이 엉망진창으로 변하거나 인터넷 생태환경이 악화하면 인민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발언한 바 있다. 인터넷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겠다는 뜻이다.
중국은 지난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全人大)를 통해 확정한 제13차 5개년 계획(13ㆍ5 규획ㆍ2016∼2020년)에서도 "국가 인터넷 안전보장 체계 보완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중국 정법대학(政法大學) 미디어법연구소(傳播法硏究中心)의 주웨이(朱巍) 부소장은 "이번 규정이 '국가안보'와 '사상안보'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법조인 출신인 차이화(蔡華)가 지난해 8월 초순 출범시킨 이니티움 사이트는 중국 당국에 의해 차단됐다. 출범 1주 뒤 톈진(天津)의 유독 화학물질 창고에서 발생한 화재 사건을 여과 없이 보도한 게 화근이었다. 이니티움은 당시 화재로 150명 이상이 숨지고 창고주와 당국자들 사이에 검은 커넥션까지 존재했다고 밝혔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4월 2일자에 '시진핑(習近平)에 대한 개인숭배를 경계하라'는 커버기사를 실었다 사이트가 차단되고 말았다. 4월 2일자 커버에는 시 주석이 마오쩌둥(毛澤東) 시대의 옷을 입은 일러스트가 실렸다.
이니티움의 장제핑(張潔平) 편집장은 "이니티움 온라인 독자 가운데 20%가 중국 본토인"이라며 "이들은 가상사설망(VPN) 접속으로 당국의 차단막을 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니티움은 현재 본토 밖 중국인들을 독자로 끌어들이는 데 공들이고 있다.
이니티움에 투자한 미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소재 벤처캐피털업체 WI하퍼그룹의 류위환(劉宇環) 창업자는 "현재 중국 당국의 검열 수위가 매우 높고 복잡하다"고 경고했다.
이진수 기자 commu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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