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노동절·일본 골든위크 맞물려 교통혼잡 절정 달할 듯
[아시아경제 이현주 기자, 기하영·문제원 수습기자] 서울 시내 주요 관광지 주변이 관광버스의 불법 주·정차 문제로 여전히 몸살을 앓고 있다. 관광버스 불법 주·정차에 대한 민원이 계속 제기되고 있지만 운전기사들은 관광지 주변엔 주차 시설이 부족해 불법인 줄 알지만 어쩔 수 없다고 토로한다. 서울시는 관광객 유치를 위해 지나친 단속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이다. 특히 이번주 중국 노동절과 일본 골든위크가 맞물려 교통 혼잡은 절정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2일 서울시 온라인 청원 사이트에는 불법 주·정차된 관광버스에 대한 의견들이 올라와 있다. 김모씨는 "창덕궁과 경복궁 근처를 가보면 말하지 않아도 문제를 알 수 있다"며 "이중으로 버스를 세워서 다른 차들이 오가지 못하는 상황이 자주 연출된다"고 했다. 한 시민은 서울역 고가를 공원으로 만들지 말고 관광버스 주차장으로 만들자는 청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관광버스 불법 주·정차가 많은 곳은 명동 롯데백화점과 롯데영플라자 앞, 광화문 일대의 서울시의회와 동화면세점 부근, 경복궁·창덕궁 인근이다. 고궁, 백화점, 면세점, 화장품 가게 밀집 지역으로 대부분 30분에서 1시간 이내로 관광하는 코스다. 관광 시간이 짧다보니 승·하차를 위해 정차한 후 차를 빼지 않는 경우가 많다. 섣불리 이동하는 것보다 그 자리에 기다리는 게 더 낫다는 것이 관광버스 운전자들의 공통 의견이다. 괜히 주차장으로 갔다가 도착 시간을 맞추지 못하면 오히려 관광객들 불만이 커져 난처해진다는 것이다. 과태료 4만원을 내더라도 불법 주·정차가 더 낫다고 주장한다. 관광버스 운전사 박모씨는 "불법인 줄 알지만 길에다 주차를 하고 있다"며 "우리도 매일 쫓기고 불안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운전사는 "우리만 단속할 거면 관광객 제한해서 맞춰 받거나 주차할 공간을 백화점이나 면세점에서 확보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시는 명동 지역 불법 주·정차를 해소하기 위해 지난 3월 중순부터 서울역 서부 주차장을 관광버스 전용 주차장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지난달 29일 오후 2시께 둘러본 이 주차장에는 관광버스 1대만이 홀로 주차돼 있었다. 최대 33대까지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지만 하루 평균 10대의 버스만 이곳을 찾는다고 한다. 이날 서부 주차장을 이용한 한 버스 운전사는 "서울역 고가 공사를 하면서 설치한 안전 펜스 때문에 주차장에 들어올 때 바로 좌회전이 되지 않아 돌아오다보니 접근성도 떨어진다"며 "명동으로 다시 돌아갈 때는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몰라 불안한 마음에 주차장에 쉽게 올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장충동 신라호텔은 자유회관 주차장을 쓸 수 있도록 해놨는데 5분 이내면 면세점으로 갈 수 있게 돼 있다"며 "롯데 명동은 기피지역"이라고 덧붙였다.
시는 경제 활성화를 위한 관광객 유치도 중요하기 때문에 단속을 위한 단속은 할 수 없다고 설명한다. 무리한 단속보다는 전체적인 교통 흐름을 저해하지 않는 선에서 탄력적으로 불법 주·정차 차량에 대한 단속과 과태료 부과를 병행한다는 방침이다. 시 관계자는 "경제 활성화와 불법 주·정차 단속,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가 어려운 실정"이라며 "운전사들의 의식이 개선돼 스스로 불법 주·정차를 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기하영 수습기자 hykii@asiae.co.kr
문제원 수습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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