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 박근혜 대통령(얼굴)이 집권 하반기 모든 정책적 판단의 기준으로 '경제'를 최우선 순위에 놓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에 따라 이른바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의 수수 금지에 관한 법)을 비롯해 대기업집단 지정제, 통화정책 등 경제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정책들에 정부 차원의 가감 작업이 속도를 낼 전망이다. 박 대통령이 주요 기업인, 경제단체 대표들과 회동해 협력을 당부하는 일정도 추진되고 있다.
26일 언론사 편집국장단 청와대 오찬간담회에서 드러난 박 대통령의 집권 하반기 구상은 처음부터 끝까지 경제에 집중됐다. 구체적인 경제정책뿐 아니라 대(對)국회 관계 등 현안을 다룰 때도 '경제에 도움이 되느냐'를 판단기준으로 삼고 국정을 운영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약 130분간 진행된 간담회에서 경제라는 단어를 34번이나 사용했다.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다. 개각이나 대타협, 북한문제, 위안부 협상 등 현안을 언급할 때도 해당 사안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우선순위에 놓고 판단한다는 뜻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김영란법과 관련해 "경제를 너무 위축시키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속으로 많이 했다"며 정부 시행령을 합리적 수준에서 정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총선 후 쇄신 차원에서 개각 필요성이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도 "경제적으로 할 일이 많다. 그럴 여유가 없다"고 선을 그었고, 개헌 가능성에는 "이 상태에서 개헌을 하게 되면 경제는 어떻게 살립니까"라고 반문했다. 사실상 금기로 받아들여지는 공직자 골프 문제도 "내수만 위축되는 결과를 갖고 오지 않겠냐"며 "좀 자유롭게 했으면 좋겠다. 내수를 살리기 위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야 되겠다 생각한다"고 했다.
경제와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이는 현안에까지 '경제논리'를 적용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의 활동 기한 연장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 "세금이 많이 들어가는 문제"라며 부정적 입장을 냈다. 야당과의 연정 등 대타협 의향이 있느냐고 묻자 "그게 국정에 어려움이 되지 않을까"라고 답했다. 경제정책 방향이 다른 정당이 모이면 일이 더 안 된다는 시각이다.
여소야대 국회를 구성한 4ㆍ13 총선이 '대통령의 실정을 심판한 선거'라는 일반적 시각과는 달리 박 대통령은 "경제를 살리라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박 대통령은 "선거 때도 일자리 더 많이 만들겠다. 경제 살리겠다 그런 이야기가 주가 되지 않았느냐"며 "결국 국민이 바라는 가장 중요한 것은 (3당이) 협력해서 삶이 좀 나아지게 해 달라는 게 주가 된 캠페인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양당체제의 한계를 벗어나 '3당의 협력과 견제'를 통해 "국회 차원에서 경제활성화에 실질적 힘이 돼 달라"는 게 선거에서 나타난 민의였다는 인식이다.
박 대통령은 간담회 전 참석자 45명과 인사하면서 한 경제지 편집국장에게 "경제가 어렵다 보니 요즘 경제지가 뜨고 있어요"라며 분위기를 조성하기도 했다. 4ㆍ13 총선 후 첫 소통행보인 이날 언론인 간담회에 이어 박 대통령은 5월 중 3당대표 회동, 경제인 간담회 등 소통 관련 일정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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