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밴사·밴대리점, 전표매입 수수료 등 이견
[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이달 중 시행될 예정이었던 '5만원 이하 카드결제 무서명거래(No CVM) 확대'가 카드사와 밴(VAN)사, 밴대리점 등 이해관계자간 입장차이로 무산될 상황에 처했다. 무서명거래 확대에 따른 밴대리점의 손실을 분담하는 방안을 놓고 카드사와 밴사, 밴대리점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18일 카드업계에 의하면 여신금융협회와 7개 전업 카드사, 밴사, 밴대리점 등 카드업계 이해관계자들은 지난달 21일부터 세차례 회의를 열고 무서명거래 확대시 전표매입 수수료 문제 등을 논의했으나 합의에 실패했다. 이달 초 3차 회의가 결렬된 이후 지난 12일 재차 회의를 열기로 했으나 4차 회의는 열리지도 못했다. 여신금융협회 관계자는 "이미 상호간 입장차가 뚜렷이 드러난 상황에서 더 이상의 협의는 무의미하다고 판단해 일단 추가 회의는 더 이상 열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갈등의 핵심은 신용카드 전표매입 수수료다. 전표매입 수수료는 밴대리점들이 카드 전표를 수거해 카드사에 전달해줄 때 발생하는 수수료를 뜻한다. 카드결제가 되면 나오는 실물전표는 가맹점들이 보관해놨다가 밴대리점이 이를 수거할 때 제출한다. 서명이 찍혀있는 이 전표는 카드결제 사고가 발생하면 서명을 대조하기위한 증거물이다. 밴대리점들은 전표를 수거해 카드사에 전달해주고 전표매입 수수료를 받는다. 현재 카드승인 건당 전표매입 수수료는 35원 정도다.
무서명거래를 할 경우에는 전표가 아예 나오지 않는다. 무서명거래가 확대되면 전표를 발행하는 카드 승인건수가 그만큼 줄어들고 카드사들이 밴대리점에 지급해야할 전표매입 수수료도 줄어든다. 카드사들은 무서명거래 확대시 약 1000억원 정도 전표매입 수수료가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대로 밴대리점들은 무서명거래 확대시 현재보다 수입이 감소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밴대리점으로 구성된 한국신용카드조회기협회 관계자는 "밴대리점들의 주수입원은 밴사로부터 받는 수수료와 카드사로부터 받는 전표매입 수수료인데 무서명거래가 확대되면 현재보다 50% 이상의 수입이 줄어 영업이 사실상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밴대리점들은 수입감소에 따른 손실을 카드사와 밴사에서 보전해주길 희망하고 있다.
카드사와 밴사는 밴대리점 손실 부담 주체에 대해 서로 의견이 다르다. 카드사는 밴사 측에서 밴대리점의 수익을 보전해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여신금융협회 관계자는 "전표 자체가 사라지는 무서명거래에서 카드사가 전표매입 수수료를 보전해줄 이유는 없다고 본다"며 "밴사들이 밴대리점에 가맹점 관리비용 명목으로 수입을 보전해준다고 나선다면 카드사들도 이 부분에 대해 일정부분 공동부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밴사들의 입장은 또 다르다. 밴사들로 구성된 한국신용카드밴협회 관계자는 "전표매입 수수료는 애초 카드사가 밴대리점에 주던 것이므로 카드사가 부담하는 게 맞다"며 "지난해 신용카드사가 밴사와의 계약을 정액제에서 정률제로 바꾸면서 밴사의 수익이 15% 이상 감소하게 돼 밴사들의 상황도 좋지않다"고 말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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