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도입 강행
'뜨거운 감자' 저성과자 퇴출 여부 논란
최하등급 받아도 상대평가라면 직권해제 못해
절대평가로 성과 부진자 없으면 도입 유명무실
[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는 공공기관들이 늘고 있지만 그동안 화두로 떠올랐던 저성과자 퇴출은 여전히 풀리지 않는 과제로 남아 있다.
정부는 이달까지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는 공공기관에 경영평가 가점을 주기로 하면서 성과연봉제 확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저성과자를 선정할 수 있는 기준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아 혼란이 우려될 뿐만 아니라 그 책임을 공공기관에 떠넘기고 있어 기준을 마련하는 데도 상당한 진통이 불가피해 보인다.
12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공공기관 성과연봉제에서 저성과자 퇴출, 즉 직권면직을 하려면 모두 네 단계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우선 기관에서 실시하는 개인별 업무평가를 통해 3차례 연속으로 저성과자에 선정돼야 한다.
기재부가 지난달 공공기관에 내려보낸 권고안에 따르면 전년도에 업무성과가 낮아 이번 해에 저성과자로 처음 선정될 경우 해당 직원에게 경고장을 발송하고 역량개발 교육프로그램에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 그래도 나아지지 않고 다음 해에 저성과자로 또 선정되면 직무를 전환하고 역량개발 교육프로그램을 다시 받게 한다.
직위해제 대상이 되는 것은 성과평가 시 3년 연속으로 저성과자에 선정될 경우로 직위가 없어지고 교육 프로그램만 받게 된다. 이 직위해제 직원 가운데 최종평가를 통해 부진자를 대상으로 직권면직을 추진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직원 업무평가를 실시하는 과정에서 일정 비율로 최상·하위를 정하는 상대평가를 실시했을 땐 직위해제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2006년 서울행정법원 판례에 따르면 업무평가등급을 상위 10%, 하위 10% 등으로 직원의 수에 따라 나누는 방식으로 평가를 실시할 경우 4연속 최하등급을 받았다고 해도 저성과자로 볼 수 없어, 상대평가로 직권면직을 추진하면 부당해고로 간주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정부는 절대평가를 원칙으로 도입하라고 권고하고 있지만 공공기관에서는 평가 도입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그동안 공공기관은 팀이나 부서별, 지부별 업무를 상대평가 방식으로 실시해 왔다. 특히 임원에 대한 성과평가제를 앞서 도입했던 기관들도 대부분 부서 업무평가를 기반으로 해서 임원평가를 진행하고 있는 실정이다. 개인평가 방식을 새롭게 마련하는 셈이다.
절대평가 방식이 가진 한계도 논란의 소지가 있다. 전 직원이 고르게 평가를 받아 성과 부진자를 만들어 내지 않을 경우 성과연봉제가 유명무실해질 가능성이 있어서다. 지난달에 열린 제4차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서도 일부 위원이 이러한 문제를 제기했지만 정부는 기관에 따라 상대평가도 활용할 수 있다고 해명했을 뿐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다.
전병우 전국공공산업노동조합연맹 실장은 “이익창출 부서가 아닌 이상 부서 간 경쟁을 넘어 개인 경쟁을 기반으로 성과를 평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공정한 평가제도를 미리 마련해야 하는데 정부는 도입만을 강력하게 추진하는 형국”이라고 지적했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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