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다음주 출시를 앞둔 은행의 일임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가 '전산 개발'이라는 돌발변수를 만났다. 은행이 '투자일임업'을 처음 하다 보니 관련된 전산 개발에서 이런 저런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것이다.
신한, 우리, 국민, 기업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들은 7일 일제히 일임형ISA 판매와 관련된 전산시스템 점검에 들어갔다. 일임형 ISA 예수금 계좌 운용이 자본시장법과 충돌한다는 지적 때문이다. 은행의 일임형 ISA는 오는 11일 시판을 앞두고 있다.
일임형 ISA는 기존 신탁형과 달리 금융사가 고객에 모델포트폴리오를 제시해 상품 선택과 운용을 맡는 투자일임 상품이다. 투자일임 상품의 경우 고객으로부터 받은 돈을 투자처가 결정되기 이전엔 금융사의 위탁계좌에 넣어 보관하는데 이 위탁계좌가 예수금 계좌다.
이 예수금 계좌를 예적금과 동일한 개념으로 보면 자본시장법과 충돌하는 부분이 생긴다. 고객의 일임자산이 예수금 계좌에 머무는 기간 동안 이자가 발생하면 예ㆍ적금과 동일해진다. 이럴 경우 자본시장법상 '자행예금 편입금지조항'을 위반하게 된다.
금융위원회는 "예수금을 예적금과 동일하게 볼 수 없다"고 유권해석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예수금 계좌는 고객이 투자를 일임하면서 투자금을 잠시 보관하는 계좌기 때문에 이자를 지급하지 않는다"라며 "증권사 예수금 계좌도 동일하게 운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단순 자금 보관계좌로 예적금 계좌가 아니기 때문에 자본시장법과 충돌할 여지가 없다는 것.
예수금 계좌에 대한 논란 속에 은행들은 일임형 ISA 출시일을 놓고 고심 중이다. 은행은 투자일임업 허가를 받아 실행하는 것이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에 예수금 계좌와 관련한 전산개발에 시간이 필요하지만 출시일이 사흘 앞으로 다가오면서 각 은행 전산팀들은 시간에 쫓기게됐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일임형 ISA 전산개발에 나선 기간이 한달 남짓하다 보니 시간이 많이 촉박했다"이라며 "관련 전산팀들과 대책회의를 마쳤고 어떻게든 예정대로 출시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입장에서 출시가 하루라도 늦어지면 경쟁에서 그만큼 뒤쳐지는 것으로 인식될 수밖에 없다"며 "전산 뿐만 아니라 상품 출시와 제반준비 상황을 고려하면 시간에 쫓기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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