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손선희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가 '야권연대 거부' 명분을 끝까지 관철하는 동시에 단일화 불성사에 대한 책임론을 피하기 위해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총선까지는 12일이 남았고, 1차 기점인 투표용지 인쇄일은 불과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
1일 국민의당에 따르면 안 공동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단일화에 대해 '낙선까지 불사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안 공동대표는 전날 수도권 첫 유세에서 "정말 그렇게 간절히 (단일화를) 바란다면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정리하는 게 순서"라고 말한 데 이어 이날 "더 이상 소모적인 논쟁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연일 날을 세웠다.
김영환 공동선거대책위원장도 지난달 31일 수도권 출정식에서 "단일 후보를 만들어 총선승리의 길을 가라고 한다면 가지 않겠다"며 "(차라리) 낙선(落選)의 길을 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무릎 꿇고 죽기보다 서서 죽기를 원하는 자세를 가진 사람이 출정해야 한다"며 강도 높은 발언을 쏟아냈다. '비례대표 8번'에 배정된 이태규 전략홍보본부장도 출정식 직후 "단일화 문제는 김 위원장이 깔끔히 정리해 줬다"며 "앞으로도 추진할 생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당 지도부의 방침과는 달리 수도권에서는 첫 단일화가 성사된 데 이어 당 소속 의원까지 단일화를 촉구하고 나섰다. 서울 강서병에 출마한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성호 국민의당 후보는 이날 단일화에 대해 '원칙적 합의를 이뤘다'고 발표한 뒤 세부 방식 논의에 돌입했다. 정호준 국민의당 의원(서울 중·성동갑)은 전날 이지수 더민주 후보를 향해 야권 단일화를 촉구하며 "선거운동을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고 부좌현 의원(경기 안산 단원을)도 제안을 해둔 상태다. 외에도 서울 동작을, 경기 평택갑, 대전 대덕·동구, 충남 당진 등 주로 수도권과 충청권에서 단일화 논의가 시도됐거나 진행 중이다.
정 의원의 '선거운동 중단' 소식을 접한 안 공동대표는 "본인의 고충을 충분히 이해한다"고 짧게 말했다. 당 지도부의 의지와 달리 현장에서 논의되는 단일화에 대해 지나치게 제제할 경우 총선 결과에 따라 책임론이 불거져 역풍을 맞을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특히 안 공동대표는 대선 주자로 거론되는 만큼 '야권 수도권 전패론'이 힘을 얻을 경우 '총선 이후'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동시에 이상돈 공동선대위원장(4번), 박선숙 사무총장(5번), 이태규 본부장(8번) 등 안 공동대표의 측근이 비례대표 당선권 경계에 아슬아슬하게 걸쳐져 있는 만큼 지역구에서 3번 후보를 최대한 내서 정당득표까지 유도하는 '3-3 전략'이 필요하다는 점도 안 공동대표의 고민을 가중시키는 요인이다. 선거가 다가오면서 판세가 뚜렷해질수록 단일화 요구가 빗발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안 공동대표의 '단일화 거부' 명분 유지와 함께 국민의당이 중앙당 차원에서 이를 어디까지 차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 본부장은 이날 당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단일화에 합의한 김성호 후보(강서병)에 대해 "오늘 아침에 (김 후보와) 통화했다"며 "김 후보에게 '당명을 뺀 상태에서 후보 이름만으로 유권자의 판단을 구하는 것이 공정하고 합리적이다'란 의견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중앙당 차원에서 이처럼 단일화 방식까지 개입하는 것이 안 공동대표의 '개별적 단일화는 막지 않는다'는 방침과 배치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후보가 당에 의견을 물어오면 의견을 줄 수 있다고 이미 말한 바 있다"면서도 "최종 판단은 후보에게 있다"고 설명했다.
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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