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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강경보수 가면 뒤 숨은 '아베'의 실제 모습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15초

가족 친구 등 방대한 조사로 밀도있게 담아

[BOOK]강경보수 가면 뒤 숨은 '아베'의 실제 모습 아베신조, 침묵의 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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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불가역(不可逆)'. 지난해 말 '일본군 위안부 협상' 합의문에 담긴 이 용어는 공분을 샀다. '되돌릴 수 없다'로 풀이되는 이 단어는 '두 번 다시 (위안부 문제에) 이의제기하지 않겠다'는 의미였기 때문이다.

'최종적이고 불가역적 합의'라는 문구가 들어가지 않으면 교섭을 중단하고 돌아오라고 지시를 내린 이가 바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였다. 아베 총리 정권하의 일본과 한국의 관계는 더욱 꼬여가고 있다. 최근엔 독도 영유권을 왜곡 기술한 일본교과서의 검정 통과로 양국 사이의 냉각이 불가피해 보인다.


일본 사회 내부에서도 아베 총리의 독주를 심히 우려하는 이들이 많다. '특정비밀보호법'(유출시 국가의 안전보장에 지대한 지장을 초래하는 정보를 특정비밀로 지정해 이를 유출하거나 보도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법), 집단적 자위권 용인 등 매파(강경파)적 색채가 짙은 행보에 자민당의 한 중진의원 조차 "마치 전쟁 전으로 회귀하는 군국 노선에 매진하는 듯하다"며 걱정했다.

전후 일본 사회의 금기에 다가서고 있는 아베 총리. 강경 보수의 가면 뒤에 숨은 그의 실제 모습과 정치 야욕을 파헤친 책 '아베 신조, 침묵의 가면'이 최근 출간됐다. 이 책은 일본의 정치명문가 혈통을 이어받아 태어나고 자라서 요령과 퍼포먼스로 권력의 최정상에 오른 아베에 대한 평전이자 정치평론서다. 교도통신 정치부 기자 출신 저널리스트 노가미 다다오키(野上忠興)가 세번째로 펴낸 아베 연구서다.


저자는 아베 신조의 아버지 아베 신타로(安倍晋太郞)의 담당 기자 시절부터 아베 가문을 밀착 취재해왔다. 이번 책에는 아베 신조 본인과 가족, 친구, 양육 교사 등과의 방대한 인터뷰를 밀도 있게 담았다.


선거와 정치활동으로 바쁜 부모를 대신해 유모 겸 양육교사로 아베가 성인이 될때까지 돌봐 준 구보 우메(久保ウメ)는 아베를 "무척 고집이 세고 자존심이 강한 아이"라고 회상했다. 아베의 고등학교 동창은 "(평소에는 조용했지만) 반대 의견에는 순간적으로 반발하는 자기중심적인 타입"이라고 기억했고, 부친인 신타로는 "정치가에게 필요한 정이 없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아베가 정치적으로 강경파가 된 데 대해 저자는 외조부의 영향이 컸을 것으로 짐작했다. 어린 아베에게 외조부는 애정을 느낄 수 있는 몇 안되는 통로였다. 그 외조부는 바로 태평양전쟁 기간에 권력의 중심에 선 A급 전범이자 경제관료의 자리를 이용해 총리까지 오른 기시 노부스케(岸信介)다.


아이로니컬하게도 아베가 태어나기 전에 세상을 떠난 친조부는 전쟁을 반대해 공천에서 탈락했음에도 선거에서는 당선된 반골 정치인 아베 간(安倍寬)이다. 아베 가문을 오랫동안 지원해 온 야마구치현의 한 후원자는 "어디까지나 아베 가문의 할아버지는 간 씨다.…(그래도) 신조씨는 항상 기시, 기시뿐이다."라고 했다.


저자는 아베가 정계에 입문한 이래 보인 퍼퍼먼스를 이렇게 평했다. "납치 문제 이외에 이렇다할 정치적 실적이 없고 오히려 부회장시절이나 간사장 시절에도 당내에서 낙제점 평가만 받았던 아베는 어떻게든지 단기간에 실적을 쌓기 위해 권력에 의존해 강경하게 밀어붙이는 것처럼 보였다."


이 책은 아베가 살아온 여정과 함께 자민당 60년 계보와 세력관계도 살펴볼 수 있어 일본 정치사의 일면을 아는 데도 도움이 된다.


(노가미 다다오키 지음/김경철 옮김/해냄/1만6000원)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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