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35원 칠레와인, 2만5000원에 판매
광고비+포장+마케팅비 포함돼
해외업체 통한 직구족 크게 늘어
[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평균수입가격 3735원대에 속하는 칠레산와인(750㎖) K 제품은 국내에서 2만5000원대에 판매된다. 600원에 들여오는 A 수입맥주는 시중에서 3000원에 판매돼 4.66배 비싸다.'
원가는 낮은데 왜 소비자들이 구매하는 가격은 항상 비쌀까. 복잡한 유통구조 때문에 각 단계별로 부여되는 마케팅ㆍ광고 집행비가 최종가격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격차는 수입제품에서 특히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대표적인 것이 수입맥주다.
소비자시민모임 조사결과 국내에서 판매 중인 모든 수입맥주 가격은 전세계 주요 13개국 중 가장 비쌌다. 하이네켄은 원산지인 네덜란드보다 2.9배 높아 조사국 중 2번째로 비쌌으며 미국 맥주인 밀러는 비싼 순위 2위, 아사히ㆍ칭다오는 3위였다.
이는 유통구조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자료를 보면 수입맥주의 유통구조는 수입업자→중간도매상(중개업자, 수입전문도매상)→소매상→소비자로 연결된다. 2012년 2월부터 주세법 시행령 개정으로 수입업체가 직접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방식의 거래도 가능하지만 그 비중은 크지 않다.
시중에 팔리고 있는 주요 수입 공산품ㆍ가공품 값도 수입원가의 최고 9배를 웃돈다.
관세청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립스틱은 개당 122~3만1156원에 수입됐음에도 국내 판매 값은 평균 수입가격의 약 9.18배였다. 등산화도 흐름은 같다. 켤레당 6838~37만202원에 들여와 국내에선 수입가의 4.4배의 값에 팔렸다.
국내 유통판매 가격에는 광고비, 포장비, 업체별 마케팅전략 등 업체ㆍ품목ㆍ브랜드별 특수상황이 있기 때문에 각 단계별 마진 등이 생겨 높아진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이에 따라 복잡한 유통구조 없이 바로 해외 온라인 쇼핑업체 등을 통해 물건을 구매하는 해외직구족이 크게 늘고 있는 추세다.
한국소비자원 조사 결과 여성수영복과 향수 등은 해외직구로 사는 것이 국내 시중가보다 많게는 8배 이상 차이가 났으며 디지털카메라는 2배 정도였다. 관세와 배송비 등을 소비자가 직접 부담하더라도 해외직구가 싼 제품이 많다 보니 해외직구를 이용하는 소비자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실제 해외직구 규모는 2012년 8000억원에서 2014년 1조6000억원으로 2년 만에 100% 증가했다. 재화수입에서 직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2년 0.13%에서 2014년 0.30%로 높아졌다. 민간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13년까지 0.1%대에서 2014년에는 0.22%로 커졌다.
이처럼 유통단계에 따른 가격거품이 논란이 되자 정부가 유통단계 줄이기에 나섰다. 가장 눈에 띄는 분야는 농산품이다. 현재의 농축산물 유통구조는 농어민은 싼 값에 넘기고 소비자는 비싸게 사먹는 기현상을 초래하고 있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는 생산자단체 중심의 유통계열화로 단계를 축소해 소비자, 생산자 모두가 만족하는 유통구조를 만든다는 계획을 내놨다. 유통비용을 8700억원 절감하고 채소가격의 변동률을 기존 16%에서 14%로 낮춰 생산자는 5% 이상 더 받고, 소비자는 10% 이상 덜 내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유통업체들도 '시스템 혁신'을 통해 군살 빼기에 나섰다. 이마트가 지난해 3월부터 선보이는 '국산의 힘 프로젝트' 같은 것이 대표적이다. 우수한 지역의 어가, 농가, 축산농가 등을 선정해 판로를 마련해주고 마케팅, 디자인 컨설팅 등을 지원해 우수 국산 농수산물의 판로를 넓히고, 본질적인 상품 경쟁력을 높여 가격경쟁력도 찾겠다는 방침이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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