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경기 불황이 장기화 될 흐름을 보이면서, 재계가 잔뜩 움츠러든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처럼 일제히 기본급을 동결하지는 않지만, 임금과 복지 모두 최소한만을 보장하며 잔뜩 허리띠를 조르는 모습이다.
전자전기, 자동차, 정유화학 등 어떤 업종도 호황을 누리는 업종이 없는데다 앞으로 나아질 조짐도 보이지 않는 만큼, 노동조합과 직원협의회도 사측의 어려움에 공감하는 분위기다. 각 기업들은 임금 소폭 인상 또는 동결안에 속속 합의하고 있다.
15일 LG전자에 따르면, LG전자 노사는 올해 직원들의 연봉을 평균 1.8% 인상하기로 최근 합의했다. 지난해 LG전자의 임금인상률은 4%로, 지난해보다는 크게 낮아졌지만 최근 업계가 어려운 것을 감안해 노사가 전격 합의했다는 후문이다.
LG전자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 침체와 업체 간 경쟁 심화로 어려운 만큼, 노사 모두 뜻을 모았다"고 말했다.
지난해 기본급을 동결했던 삼성전자의 경우, 올해 평사원 임금 기준 인상률을 2%로 확정했다.
삼성전자는 2011년 4%, 2012년 4%, 2013년 5.5%, 2014년 1.9%의 기본급 인상률을 기록한 뒤 지난해는 기준 인상률을 동결했다. 이에 따라 올해도 기본급을 동결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있었다. 그러나 직원들의 사기하락과 인재유출을 고려해 최소한의 인상률은 보장하기로 했다는 설명이다. 다만 삼성SDI 등 일부 계열사들은 상황에 따라 기본급을 동결했다.
전자업계 외에 다른 기업들도 임금인상 폭은 최소화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말 기본급을 동결했으며, 포스코 역시 동결했다. 현대차는 성과급을 축소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각 기업의 사례에서 보듯, 재계는 연봉 인상률은 최소한으로 하되 복지는 조금이나마 매년 나아지도록 하고 있다.
삼성의 경우 약학대학, 건축학과 등 8학기 이상 다녀야 하는 특수 학과에 대한 자녀학자금 지원을 올해부터 늘렸다. 휴직자 의료비 지원, 배우자 유사산 휴가 신설 등 소소한 복지를 늘렸다. LG전자 역시 35세 이상만 받을 수 있던 임직원 건강검진을 입사 후 5년이 지나면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재계가 기본급도, 복지도 소폭 인상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은 이 방안이 가장 효율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지난해에는 잇달아 '동결'을 선언했지만, 기본급을 동결하더라도 결국 성과급은 반영되는데 '동결'이 주는 의미 때문에 직원들의 사기만 꺾는다는 얘기다.
한 재계 관계자는 "임금을 동결하면 신규 창출 효과가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는 있지만, 기업 내부에서는 이에 대해 반대하는 분위기"라며 "임금 동결로 보여주기식 일회성 이벤트를 하는 것 보다는, 최소한의 임금인상과 복지를 이어가며 함께 허리띠를 졸라매는게 살 길"이라고 전했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