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철응 기자]지난 11~13일 서울에서 개최된 ‘2016 세계 쇼트트랙 선수권대회’에 참가한 선수들의 헬멧에는 빠지지 않고 KB금융의 로고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었다.
유니폼이 아닌 헬멧에 기업 로고를 쓴 것은 이례적이었고 그만큼 홍보 효과는 극대화됐다. 여자 쇼트트랙의 에이스 최민정 선수가 세계선수권 2연패에 성공하는 등 한국 선수들의 선전은 빛을 더했다.
KB금융은 스포츠마케팅의 명가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무엇보다 이미 ‘뜬’ 선수가 아니라 될 성 부른 떡잎을 찾아 꾸준히 지원해 왔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2015~2016 시즌 봅슬레이와 스켈레톤 종목에서 거둔 한국 선수들의 개가는 KB금융 스포츠마케팅의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봅슬레이의 원윤종-서영우 선수가 금메달 2개, 동메달 3개를 차지하며 세계 1위 자리를 굳혔고, 혼자 엎드려 썰매를 타는 스켈레톤에서는 윤성빈 선수가 금메달 1개, 은메달 3개, 동메달 2로 세계 2위를 기록했다.
썰매 종목의 변방이자 불모지나 다름 없었던 한국의 선수들이 불과 몇 년만에 이뤄낸 성과로 ‘기적’이란 수식어가 붙었다. KB금융은 지난해 4월부터 이들 종목 국가대표팀과 윤성빈 선수를 후원하고 있다. KB금융이 세 선수들의 스토리를 담아 제작한 '기적의 여정'이란 바이럴 영상은 유튜브와 페이스북 등에서 이달 초 500만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또 KB금융이 후원하는 남자 컬링 국가대표팀은 지난 1월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렸던 컬링 챔피언십 투어(CCT) 마스터스 대회에서 유럽투어 첫 은메달을 획득했다. 한국 동계 스포츠의 역사가 다시 쓰여지고 있으며 2018년 평창올림픽에 대한 기대도 그만큼 커져간다.
스포츠 스타를 통한 홍보는 직접적인 광고 대체 효과 외에도 이미지 제고 등을 따진다면 측정하기 어려울 정도다. 박인비 선수가 지난해 아시아인 최초로 커리어 그랜드슬램 달성에 성공하면서 후원사인 KB금융도 말 그대로 대박이 났다. 전세계 언론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으면서 최소한 500억원 이상의 홍보 효과를 거둔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KB금융은 동계 스포츠 중 비인기 종목 위주로 후원했다가 의외로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경우가 많아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 측면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적어도 스포츠마케팅 분야에서는 KB금융이 여타 금융사들에게 부러움의 대상이다.
시작은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피겨 종목에서 금메달은 생각할 수 없던 때에 세계주니어 대회에서 1등을 차지한 김연아 선수를 후원하기 시작한 것이다. 김 선수는 이후 숱한 대회를 휩쓸며 ‘피겨 여왕’에 올랐고 언제나 KB금융의 로고가 함께 했다. 은퇴한 이후에도 KB금융 광고 모델로 활동하면서 최근에는 금융권 최대 격전으로 불리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홍보에도 나선다.
리듬체조의 손연재 선수 역시 2010년 당시 훈련비가 부족해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KB금융이 후원에 나서 도움을 줬다. 손 선수는 지난달 핀란드에서 열린 올 시즌 첫 국제체조연맹(FIG) 리듬체조 월드컵에서 개인 최고 득점을 작성하며 개인종합부문 은메달을 획득했다.
KB금융은 또 지난 10일 미국 여자프로골프투어(LPGA)에서 활동하는 이미향 선수와 후원 협약을 맺었다. KB금융은 이 선수에 대해 “도전 정신과 열정을 오랫동안 지켜봤고 성실함과 성장 가능성에 주목했다”고 설명했다. 또 하나의 성공 스토리에 베팅한 것이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의 전폭적인 지원이 주된 동력 중 하나다. 윤 회장은 후원 선수들의 생일마다 수제 케익과 축하카드를 보내고 평소에도 전화나 카카오톡 등을 통해 수시로 소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좋은 성적을 냈으면 축하를, 그렇지 않을 때는 격려 메시지를 잊지 않는다고 한다.
KB금융 관계자는 “스포츠 마케팅은 실패 가능성이 상존하지만 비인기 종목이라도 운동에 전념할 수 있는 기회와 환경을 지원한다는 사회적 책임의식이 성공을 가져왔다”면서 “꿈을 향해 최선을 다하면 정말로 그 꿈이 이뤄진다는 KB금융의 경영철학이 반영됐다”고 말했다.
박철응 기자 he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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