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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브레인을 만나다]섬과 섬 사이 다리 놓는 '해상교량 베테랑'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15초

고재순 현대산업개발 현장소장…거친 강풍·너울 이겨내는 해상교량 전문가
여수 앞바다 화양·적금 3공구 '조발대교·둔병대교' 담당…"안전이 최우선"


[핵심브레인을 만나다]섬과 섬 사이 다리 놓는 '해상교량 베테랑' 고재순 현대산업개발 현장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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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은임 기자]"바다 위에서 다리를 짓는 일은 강풍과 너울과의 싸움입니다. 롤러코스터 같은 파도를 두고 배 위에 수천t의 크레인을 움직이는 공사는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이 우선이죠."


고재순 현대산업개발 현장소장은 매일 아침 여수 앞바다로 향한다. 이곳에선 2011년부터 섬과 섬을 잇는 다리를 놓는 일이 한창이다. 그가 맡은 곳은 화양ㆍ적금 3공구 현장으로 3899m에 이른다. 조발도와 둔병도를 연결하는 조발대교(990m), 둔병도와 낭도를 연결하는 둔병대교(640m), 낭도에 건설되는 낭도터널(364m)이 이어진다. 총 공사기간은 8년, 비용은 1300억원에 이르는 공사다. 경기도 파주에서 서해안 고속도로와 남해안 섬을 지나 부산까지 이어지는 국도 77호선의 일부로 지역에서는 기대가 크다.

해상교량은 일반교량보다 공사가 훨씬 까다롭다. 국내서도 해상교량을 만드는 곳은 손에 꼽힐 정도인데, 고 소장은 연이어 해상교량 공사현장을 맡아 사내에서도 전문가로 통한다. 앞서 굴포교와 부산항대교도 그의 손길을 거쳤다. 고 소장은 "부산항대교가 규모는 컸지만 방파제가 파도를 걸러주는 내항공사에 육지와 육지를 연결하는 연육교 공사였다"면서 "이번엔 수심 30m에 강관말뚝을 박고 시작했을 정도로 이전과는 다른 공사"라고 말했다.


기초공사부터 거친 바람과 사나운 물결을 상대하는 까닭에 그만큼 공을 들여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수심 30m 바다에 직경 3m인 원통형 말뚝을 박으면서 공사를 시작한다. 암반 6m까지 밀어넣어 그 안에 이물질을 걸러낸 뒤 그대로 콘크리트를 타설해 기초를 만든다. 그런 다음 양 옆으로 콘크리트를 4m씩 치면서 다리를 만든다. FCM공법(Free Cantilever Method)라 불리는 것으로, 80t짜리 거푸집을 다리 끝에 달아 콘크리트를 타설한다. 양끝에서 시작해 가운데서 만나는데 오차범위는 25cm를 넘어선 안 된다. 그는 "90년대 이후 교량건설기술이 발전해 기준이 많이 강화됐다"면서도 "오차범위를 벗어나지 않는 건 크게 어려운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현장에는 길이 30m, 폭 15m 바지선 10대를 비롯해 예인선까지 총 16대가 오간다. 사내 토목전문가 18명과 근로자 140명이 현장에 투입돼 있다. 이제 공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지 3년. 조발대교의 태양을 형상화한 주탑과 각 기둥의 하부공사를 마무리 하는 게 올해 목표다.


바다 위 공사를 여러번 지휘한 그가 강조한 건 안전이다. 여름에 태풍이 불면 현장은 멈춘다. 가장 판단이 어려울 때는 11월 이후 계절풍이 불어올 때. 바다경험이 많은 베테랑 바지선장의 판단을 빌리기도 한다. 경험이 중요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는 "해상교량은 공정을 제대로 알고 기후의 특성을 정확히 이해하는 사람이 필요하다"며 "70대선장에게 배우듯 경험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현대산업개발은 교각과 교각 사이의 간격이 550m이상인 해상교량을 만든 몇 안되는 건설사 중 하나다. 국내에 5~6곳 건설사만 이 기준을 충족한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말 베트남에서 927억 규모의 흥하교량건설사을 수주했다. 이 다리도 현재 화양ㆍ적금 3공구에서 활용하고 있는 FCM공법이 적용된다.




조은임 기자 goodn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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