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임온유 기자]'카카오톡으로 받은 해고 통보', '혼자만의 생활을 즐기는 초식남과 건어물녀', '부인과 자식을 외국에 보내고 혼자 남은 기러기 아빠', '다 큰 아들 주위를 빙빙 도는 헬리콥터족 부모'….
연출가 고선웅씨(48)가 연극 '한국인의 초상'을 무대에 올린다. 국립극단과 두 번째로 함께 만드는 작품이다. 한국 사회의 단면을 그렸다. 고씨는 지난해 국립극단과 협업한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으로 '2015 올해의 연출가상'을 받았다. 연극계는 고씨의 후속작에 주목하고 있다.
'한국인의 초상'은 블랙코미디다. 우리 사는 세상을 그린 에피소드 스물일곱 개로 이루어진다. 고씨는 지난 10일 서울 서계동 국립극단 소극장에서 기자를 만나 "이 작품이 한국 사회를 그린 정밀화는 못 되더라도 스케치나 크로키 정도는 되길 바란다"고 했다.
연출과 배우가 함께 만들었기에 더욱 특별한 작품이다. 배우들이 작가가 됐다. 주위를 둘러보고 신문과 인터넷 기사를 뒤지며 한국 사회를 관찰했다. 이를 바탕으로 연습 기간 초반 제작진 앞에서 즉흥 연기를 선보였다. 고씨는 이 중 극화할 수 있는 에피소드를 선별해 재창작했다.
그는 "한국인과 한국 사회를 그린 작품이 완결된 구조의 희곡이 되기 위해서는 작가 한 명이 아닌 더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필요했다"고 했다. "각자 살아온 인생의 경험치가 다르다. 연출 한 사람의 이야기만을 담는다면 편협한 작품이 나올 수 있다"고도 했다. 이런 이유 때문에 '한국인의 초상'에는 다양한 연령대의 배우가 출연한다.
작품은 주로 부정적 이야기를 다룬다. 고씨는 "그냥 있는 일이다. 가공한 건 없고 있는 사실을 보여줄 뿐"이라고 했다. 그는 극이 너무 진지하고 무겁게 흐르지 않도록 엘비스 프레슬리의 '마이 보이', 동요 '반달' 등을 배경 음악으로 넣었다.
고씨는 이 작품이 '냉소'가 아닌 '희망'을 말하길 바란다. 그는 "'헬조선', '흙수저' 같은 말들을 굉장히 싫어한다"며 "이 작품은 그런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관객이 현실을 비관하기를 바라지 않는다"고 했다.
"자기 응시와 연민의 과정을 거치며 인간에 대한 사랑과 희망을 가졌으면 한다. 여러 가지 사건사고에 부아가 치밀고 분기탱천할 일들뿐이지만 이 사회 안에서 내가 어떻게 살 것인가를 생각하며 극장을 떠나길 바란다."
임온유 기자 io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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