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과 "최종적 불가역적" 협상 타결
-日아베, 국제무대 반성없는 태도 여전
-25년간 공들인 외교정책 맞는지 의문
[아시아경제 노태영 기자]수십년전 일본군 위안부라는 과거사를 해결하려고 맺은 한일 협상이 오히려 대한민국 외교의 발목을 잡고 있다. 앞으로 한 발자국씩 나아가야 할 우리 외교가 방향을 잃고 표류하고 있고 그 만큼의 보이지 않는 사회적 비용을 지출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분명한 건 눈에 보이지 않는 이런 비용들이 늘어날수록 그 나라의 '미래'는 없다는 '진실'이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놓고 지난해 12월 28일 한일 양국은 '최종적 불가역적'위안부 협상을 타결했다. 외교가에서는 해를 넘길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지만 우리 외교 당국은 아베 신조 총리 대신 명의의 사과와 10억엔 규모의 위안부 재단 지원을 이끌어 냈다. 피해자 등 시민사회단체가 요구해 온 명확한 '법적 책임'을 받지는 못했지만 양 측의 입장을 고려해 역대 어느 정권보다 한 단계 나아간 협상 결과를 도출했다는 게 정부의 주장이다. 외교가 '상호관계'란 측면에서 우리 정부는 그 동안 거부당했던 총리 명의의 사과를, 일본 측은 항상 걸림돌이었던 이 문제의 종결을 이끌어 냈다는 점에서 서로의 국익에 부합했다.
문제는 협상 이후에도 끊이질 않는 논란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후속 대책에는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양 정부는 '동상이몽'식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심하게 말하면 협상이 됐으니 알아서 좋을대로 해석하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1일 제97주년 3.1절 기념식에 참석해 "일본 정부도 역사의 과오를 잊지 말고, 이번 합의의 취지와 정신을 온전히 실천으로 옮겨서 미래 세대에 교훈으로 기억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청와대는 지난달 23일 박근혜 정부 출범 3주년을 앞두고 외교ㆍ안보 분야에서 이번 협상을 성과 중 하나로 꼽았다. 하지만 이는 우리 정부만의 생각이다. 우리의 '설익은' 외교는 현실로 나타났다. 일본 정부는 지난달 16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 대(對) 일본 심사에서 군위안부 강제연행의 증거가 없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내놨다. 일본 입장에서는 한국과도, 국제사회에서도 이 문제에 대해 철저한 국익을 챙길 발판을 만들었다.
결국 일본의 속셈을 알았지만 어쩔 수 없었거나, 아님 진짜 몰랐거나 우리 외교는 또 엄청한 사회적 비용을 감수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수십년 전 과거를 딛고 새로운 출발을 하려다 불과 2개월전 합의에 손말이 묶인 셈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지난달 29일 외교부 장관을 상대로 '한일 위안부 협상문서 정보공개 청구 소송'을 서울행정법원에 제기했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는 지난달 19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번달 중순 미국을 방문해 '12ㆍ28 위안부 합의'의 문제점을 국제사회에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등 합의 무효화 투쟁을 본격 가동하겠다고 설명했다.
우리 외교가 25년 동안 위안부 문제에만 쏟아부은 외교적 및 사회적 비용은 그 규모를 가늠하기 힘들다. 이번에도 '설익은 협상->일본의 딴소리->국내 여론의 반발' 공식이 재현됐다. 우리 정부가 이번만큼은 "최종적 불가역적" 협상을 떳떳하게 주장할 수 있으려면 외교적 수사가 아닌 일본이 딴소리 못할 정도의 촘촘한 외교력을 보였어야 했다.
노태영 기자 factpoe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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